일기

1. 잠이 많아진다는 것은 꿈이 꿔지는 확률과 비례한다. 이번 설연휴에 집에 내려와서의 생활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마음놓고 편하게 축 늘어진 이번 연휴에 긴장이 너무 풀어진 나머지 결국 요상한 꿈을 꾸고 말았다. 내가 생각해도 묘하고 묘한 이야기의 조합. 아...눈뜨고 보게된 고향 새집의 내 새방 모습이 기분을 더욱 이상하게 만든다. 허허...결국 이렇게 꿈은 나를 키보드와 모니터 앞으로 잡아 끌었다.

2. 트라우마가 사람에게 남기는 영향력에 대해서 이제까지 참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리고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트라우마라는 존재가 굉장히 희미한 존재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에 흠칫 놀라게 되었고 내 내면에 이런식으로, 이런 흔적으로 남아있었구나 하는 자각이 들자 뭔가 굉장히 허무하고 헛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렬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때는. 실루엣만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놓을 수 있었던 사람은 내 인생에서 몇 되지 않는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보이는 내 마음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며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에 내가 젖어서 주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경험했던 것들이 신기하기는 했어도 나는 나에게 이렇게 최면을 걸면서 단단하게 나를 잠궜다. 어린아이가 철없이 뜨거운 물에 손대고 깜짝 놀라 물이란 물은 다 피하듯이, 그 철없고 성급했던 호르몬 과다분비 대가를 나는 그렇게 피해갔다. 그것이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었고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나는 그때 내 모습을 소위 말하는 청년백수라는 이름으로 정의내리고 있었기에. (사실 그러기에는 아직도 철이 없던 시절이었지만)

4. 친구 두 녀석은 내 이런 모습에 웃으며 뒤로 자빠질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문득 그녀석들이 나에게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해도 나 역시 그러리라. 간단하게 소주한잔 걸치고 들어간 당구장의 그 풍경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겠다. (9년 학창시절 동안 그곳은 그때 딱 한번 갔었다.) 오늘은 왠지 그녀석들과 술한잔 하고싶건만 한녀석은 시카고로 출장을 떠났고 한녀석은 부모님을 모시고 대만으로 떠나가있다.

5. 귀경길 아침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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