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꿈은 ( ) 이다.
복고풍이 유행이라고 했던가.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내 방식을 좋아한다. 어두운 조명 속에서 촛불로 밝힌 분위기를 좋아하고 종이에 직접 적어내는 신청박식도 좋아한다. 전기료도 적게들고 화재의 위험도 적은 자기식 이온조명이 있지만 신청곡 리스트를 스캔하고 촛불에 태워 훨훨 날리는 기분이 썩 괜찮다. 물론 그 사이에 신청곡은 흘러나오고 있다. 2037년. 어느 구석진 골목에 위치한 내 Jazz Bar는 그렇게 조용히 입소문을 타며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장소다.
하지만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일이 언제나 낭만적이지는 않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 2007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저작권법은 아직까지도 재정에 큰 타격이다. CD의 원음을 그대로 보존하는 flac 타입의 디지털 음원이 있다해도 나는 여전히 LP나 카세트 테입, CD를 수집한다. 나이를 먹어가며 부리는 주책이랄까...하지만 이런 수집품을 내 가게에서 틀어도 나는 돈을 내야한다. 이 좁디좁은 가게 안에서도 음악을 틀면 저작권료가 징수되는 것이다. 조금 어이없기도 하지만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설치된 모니터 장치에는 속수무책이다.
최근 새롭게 조명받는 Lisa Ekdhal(리사 엑달)의 스웨덴 원어 곡이나 Harry Conick Jr.(해리 코닉 쥬니어)의 퓨전앨범에 내는 저작권료는 그나마 괜찮다. 내 젊은시절을 풍요롭게 해줬던 그들의 노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하면 오히려 흐뭇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Louis Amstrong(루이 암스트롱)이나 Benny Goodman(베니 굿맨)의 곡에 내는 저작권료는 왠지 석연치 않다. 강화된 저작권법은 저작권자 사후에도 지급되는 기간을 훨씬 늘려놨다. 그 전설의 인물들의 음악을 틀고 싶어도 돈때문에 순간 멈칫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서글플 때가 있다.
아...신청곡이 들어왔다. Bad Plus (배드 플러스)의 초창기 앨범 중에서 Lost of Love를 틀어달라는걸 보니 또 실연의 아픔을 겪은 사람인가보다. 진홍색을 띄고있는 이 오래된 CD를 오랜만에 집으니 감회가 새롭다. 반항기가 흘러넘치던 그들이 이제는 중후한 Trio 연주를 들려주는 노장이 되었으니 '세월이 빠르기는 빠르구나'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다시 뜸을 들인다. 한쪽에 마련된 마이크와 믹서로 향한다. 참 간단하지만 신청곡이 무엇인지, 잘 들어달라는 부탁과 함께 조용히 말한다. 저작권에 걸리지 않는 것은 내 목소리 뿐이니 이렇게라도 시간을 조금 끌어야 한다. 지난달에 적자를 겨우 막았다는 생각에 말이 조금 길어진다. 그리고 젊은 Bad Plus의 강하지만 슬픈 연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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