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애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한 중산층 가정. 하지만 사실 아버지는 딸의 친구에게 눈독들이고, 어머니는 부동산 업자와 바람나고 가족간에 대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함의 이중성. 미국영화 American Beauty의 설정이다.

사실 이제까지 헐리우드 영화들이 계속 '가족'을 운운했던 것은 그만큼 가족이 그리워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자유'라는 이름 속에서 각각의 삶을 영위하던 이들은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만 했다. 외로움. 그들이 가장 근본적으로, 그리고 우선적으로 감내해야 했던것이 바로 '외로움'이라는 책임이었으리라. 편하게,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들에게는 그만큼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면에 우리나라 가족은 좀 극성맞다. 시시콜콜 하나하나 참견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 개인적인 결정이자 사생활인데도 누구라고 할것 없이 두발벗고 나서서 함께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족의 어른인 아버지의 결정에 온 가족이 좌지우지되고, 어머니는 온 가족의 뒤치닥거리에 정신이 없다. 형제들은 언제나 부대끼면서 서로 으르렁 대고 엎치락 뒤치락 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우리는 사회와 좀 더 쉽게 소통할 수 있었다. 피라미드식 사회조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이제까지의 '사람 부대낌'으로 체득한 방법이 있었다. 세련미는 조금 떨어져도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있었고 '정'을 바탕으로한 나름의 공감대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하면서 외로움 대신에 '귀찮은 풍족함'이 우리에게는 익숙한게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생활양식이 서구화 되면서 우리 가족들의 모습도 점차 변해가는거 같다. 이젠 각 개인만의 인생과 생활이 우리 가족문화에도 침투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다. '외로움'이냐 '귀찮은 풍족함'이냐.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