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저작물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에 대한 의견

일본 원작소설 '연애시대'와 드라마 '연애시대'는 다른 작품이다. 드라마 '연애시대'에는 원작소설에 없는 위트가 있고,  노영심의 음악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인물들이 있다. 어느 독자적인 방송작품이 아닌 원작이 따로 있는 경우, 특히 해외에서 들여온 원작의 경우 관건은 '재해석'이다. 이국적이고 신선한 부분은 살리도 ㅣ이질적이고 배타적인 부분을 최소화 하는 일. 이 작업이 해외 저작물을 들어올때 필수적인 작업이다.


하지만 잠시 뒤돌아보면 우리가 해외 저작물을 들여오는 이유가 뭘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해외 컨텐츠가 우수한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진 컨텐츠가 우수한 이유는 우수한 방송환경에서 비롯된다. 충분한 자금력과 맨파워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여유있는 시간을 바탕으로 철저한 시장조사, Trend Spot을 짚어내고 사전제작을 통해 모니터링할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우수한 해외 저작물을 들여오는 것은 자체의 우수성도 있지만 무엇보다 빠른시간 내에 최대의 효과를 보고자하는 의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방송 자체역량 강화는 역설적으로 더욱 중요해진다.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해외 저작물을 들여올때는 '우리의 것'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해외 방송의 포맷을 따와도 국내에서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볼때 아무리 우수한 컨텐츠라 하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독자적인 포맷과 컨텐츠 개발을 해나갈 수 있는 역량은 이래서 더욱 중요하다. 우리의 방송환경도 보다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변화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자들로 하여금 세상을 보다 여유있게 바라보고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함을 두말할 것도 없다.


해외 저작물의 수용은 국내 방송컨텐츠를 보다 풍성하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소화해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도입'만 한다면 머지않아 국내 방송제작능력은 고사할지도 모른다. 이미 케이블 방송은 이러한 '도입'에 물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공중파 방송만큼은 건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해외 저작물을 '소화'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자체 체력을 키우기 위한 트레이닝 메뉴가 무엇이 있을지 먼저 심사숙고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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