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에 홀딱 젖어 짜장면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작년 여름 중랑천 월릉교 부근. 장마에 불어난 물길을 보기위해 겁없이 뛰어들었던 나는 모 언론사 기자라는 신분이었다. 각 지역별 수위에 대한 보도를 위해 달려간 내 옆에는 소방방재청 자원봉사자들 뿐. 온통 시커먼 물줄기와 차량통제용 바리게이트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 마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가고 없을때 내 위치는 불어나는 물만큼 서서히 고지대로 이동해가고 있었다. 해는 이미 졌고 칠흙같은 물줄기는 굉음을 내며 파도치고 있었다. 문득 느껴지는 두려움과 고독.


그 사이 저기 어딘가에서 빛이 비쳐왔다. 조그마한 포장마차. 잠시 비를 피해보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있었는지조차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던 곳. 낯에는 그저 버려진 비닐천막인줄 알았는데 그곳에서는 짜장면을 팔고있었다.


"원래 여기 근처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했는데 이거야 원 장마때문에 다 쓸려가서 손님이 없네요. 그래도 어째요. 날이 다시 좋아지면 공사판도 다시 들어설테고 손님도 들겠지요. 물이 여기까지만 안올라오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따뜻한 국물 한그릇 못드려서 어떻게 하죠. 지금은 짜장면 밖에 없어서..."


매서운 빗방울이 연신 때려대던 그 포장마차는 허름했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강물을 바라보며 느낀 고독과 두려움을 이 아저씨는 이번 장마기간 내내 느껴왔단 말인가. 그러나 그는 쓰러지지 않으리라. 비에 홀딱 젖었으나 내가 집었던 짜장면은 그 순간만큼은 가장 든든하고 힘이되는 식량이었으며 유일하게 나를 반긴 장소에서의 만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