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0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 후기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2010


자라섬에 다녀왔습니다.
올해에는 라인업이 워낙 괜찮아서 당일치기했던 예년과는 다르게 3일간 있었죠.
(다만 공연은 금요일과 토요일 것만 봤습니다. 셋째날에는 상대적으로 덜땡기는 라인업이어서 ^^;)

첫째날은
스노우체인과 자동차튜닝 사업을 하시는, 그리고 무엇보다 별장을 제공해 주신 ^^ 50대 형님과
중학교 미술교사이신 40대 누님과 함께 했습니다.
마침 형님과 거주지가 비슷하여 옥수동에서 합류, 바로 출발했죠.

날씨 참 좋았습니다.


가평에 도착해서 닭갈비에 반주로 소주 한잔씩 하고 매표소로.
후배를 만나 티켓과 모자달린 담요(요거 나름 괜찮다는...평이 많더군요. ㅋㅋ 전 점퍼 준비)을 받고
메인 공연들이 펼쳐지는 재즈 아일랜드로 향합니다.

간단하게 와인을 구비하고 착석하니 개막식이 열리더군요.
공연위원장, 군수까지는 좋았으나 여당 의원들 나와서 한마디씩 하는건 정말...쩝...
이후 화려한 폭죽이 터지며 불꽃놀이가 벌어졌는데
오히려 관객들이 가장 많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하는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정치쇼는 언제 어디서나 거북하기 마련. (폭죽이 얼마인데 여기다 쏟아붓냐;;;)

그래도 잠시 후에는 파올로 프레수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라는 생각으로 꾹 참았죠.
기다립니다.

개막식이 열리고...

얼른 공연으로 넘어가주길...


그리고 드디어 등장!


평소 글루미카페 단골손님이기도한 파올로 프레수의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솔로앨범만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트리오 연주는 조금 생소하더군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선율 보다는 그루브하고 실험적인 연주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명불허전! 파올로 프레수 특유의 사운드가 공기를 휘감았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사운드가 적당히 부드러운 수세미 같다(;;)고 생각하면서 무척 좋아하는데
그것을 라이브로 듣게 되는군요.

청량한 공기 속에서 시작한 공연.

크아...그의 연주. 머리를 잘랐더군요.

와인은 쉼 없이 홀짝홀짝 목을 타고...


앨범커버로 긴 곱슬머리를 보여줬던 파올로 프레수는 단정한 밀라노 신사가 되어
깔끔하고 정갈한 연주를 선사했습니다.

그랜드피아노의 현까지 농락(?)했던 안토넬로 살리스의 뜨거운 열정도 인상적이었고
다양한 베이스 퍼포먼스를 보여준 퓨리오 디 카스티니를 보니
작년에 자라섬을 방문했던 아비샤이 코헨이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오프닝 무대에 걸맞는 뮤지션과 연주.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다음은 디지 길레스피 올스타즈!


찰진 미국 본토 재즈를 들려준 이들의 식스텟 연주도 대단했습니다.
리더인 존리 뿐 아니라 1926년생으로 살아있는 역사인 지미 히스와 알버트 투티 히스 형제!
그 구성원들 만으로도 만날 가치가 충분했던 이들.

지미 히스 할아버지...ㅠ


걸출한 실력파들로 구성된 덕에 다양한 셋리스트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베니그린이 연주해준 Misty 덕에 옆으로 나와 담배도 한가치.

첫날 학구적인 유럽 재즈와 본토 미국재즈를 섞은 라인업 구성이 참 좋았습니다.
역시 금요일부터 방문한 보람이 ^^

3병을 준비한 와인은 금새 동이나 있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파티 라운지를 방문.

그루브함을 잠시 느끼고 바로 술먹으러;;; ㅎ


술 한잔하러 전집에 들렀습니다. 막걸리 홀짝이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는 도중에
주인집 아주머니 아들과 약혼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각각 형님과 저의 학교 동문;;;
덕분에 술자리는 3시까지 거하게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소주, 와인, 막걸리, 홍초소주(?)의 믹스.
신나게 달리고 별장으로 돌아와 씻고 바로 뻗었습니다. ㅎ

그저 감사했던 별장. 1층+복층 구조라 독특했던...

아침이 밝았습니다.

눈이 부셔서 일어난 아침.


둘째날에는 더 많은 인원들이 합류할 예정이었습니다.
제 친구와 더불어 성격좋던 J양과 전주에서 축제를 찾아온 자유로운 영혼 N양.
누님이 해주신 물많던(ㅋㅋ) 김치찌개에 밥먹고 가평으로.

가평역 앞에서 공연했던 바이루피타. 역에 도착할 J양 합류를 기다리며 잠시 공연 관람.3호선 버터플라이의 '꿈꾸는 나비'를 재즈버전으로 편곡했는데 인상적이더군요.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고 공연장으로.
매표소에서 표를 찾고, 바꾸고, 구하고;; 하면서 재즈라운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


이분들도 참 여전합니다. 클럽에서 몇번 들어서 익숙해져버린 곡들. N양과 친구녀석 합류.


재즈 라운지 공연들이 딜레이되면서 아쉽게도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 공연을 다 못보고
재즈 아일랜드로 들어갑니다.

미안하지만 서영도님 공연은 클럽에서 볼 수 있지만
스탠리 조단은 힘들죠 흑흑...


공연장에 입성.
스탠리 조던의 연주를 듣기 위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이미 가득합니다.
어제에 이어 와인과 안주들을 한아름 안고 자리를 잡습니다.


뭐 말이 필요 있겠습니까. 혼자서도 무대를 꽉 채우는 그의 연주.

쳥량한 공기 속에 퍼지는 그의 기타 선율.

피아노, 베이스, 기타의 화성을 혼자서 연주하는 스탠리 조던.

저 등받이 괜찮아 보이더군요.

공연장 왼쪽을 끼고 있는 강가.

재즈와 클래식을 오가는 스탠리 조던의 연주 감상.

그렇게 슬슬 해는 기울고.

가을공기와 재즈가락이 익어갑니다.

자라섬 노을.


스탠리 조던의 행복한 표정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군요.
그 나이에 저런 천진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축복 입니다.
모두 음악의 힘이겠죠.

다음은 카일 이스트우드.


아버지 클린트 이스트우드 덕분에 유명세를 타고있는 이들이 등장하자
여성들의 탄성이 이어집니다. ㅋㅋ (잘생기긴 했더군요. 멤버들 모두;;)
다만 그들의 연주는 솔직히...조금 별로였습니다. 유명세 만큼의 실력은 아니더군요.

물론 단아하고 정형적인 연주도 나름의 맛이 있습니다만
(들어갈때 계산적으로 들어가주는 솔로연주를 보면서 '공화당 스럽다'고 친구에게 살짝 불만을;; ㅋ)
리더인 베이스의 연주가 밴드를 꽉 잡아주는 역할이 미흡하다랄까요.
트럼펫 연주가 프레이즈 잡아주는걸 보면서 저는 카일 이스트우드가 트럼펫 주자인줄;;; 쿨럭;;;

여성들의 탄성이 한 가득 ㅎㅎ

멤버들이 하나같이 미남들 입니다. 재즈 보이밴드(?!) ㅎ

단정한 맛은 있습니다.

메인공연 라인업과 한 무대에 서서 비교를 당해버린;;;


에잇~ 이런 엄친아 같으니! 라고 실컷 투덜대 주려 했건만;;
조금 실망하여 잠이 쏟아졌습니다. (이틀 연속 과다 음주를 한 덕에 ㅋ)
점퍼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취침.

그런데 잠시 후 일어서서 리듬을 타고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실제로 그냥 앞뒤 안보고 누워버린 것도 바로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가 적었기 때문이기도 한데...
여튼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닐스 란드그렌 펑크 유닛.


누워있는 저를 포함해서 관객들을 모두 일어서게 한 장본인.
아니, 무슨 스웨덴 출신 뮤지션들은 어찌 그리 음악들을 다 잘합니까??

잘 안보이시겠지만 모두 기립.

독특하게 플룻으로 그루브를 뿌려대기도;; 참 대단하더군요.


쿵짝쿵짝 신나게 놀면서 잠은 확 다 사라졌습니다.
심지어 배고파져서 오뎅과 왕만두를 추가로 구매, 섭취;; ㅋ

그리고 대망의 시간.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시간이 왔습니다.
브랜포드 마살리스를 만날 시간.


그들의 연주는 정말...탄성을 자아내게 만들더군요.
리더 제프 테인 왓츠의 초절정 연륜 드럼은 물론이거니와 로버트 허스트의 베이스에 특히 감복했습니다.
전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아주는 그의 연주에 그저 하염없이 박수만.

블랜차드의 트럼펫 연주와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브라스 파트는...그야말로 말이 필요 없습니다.
여러 뮤지션들이 함께 무대에 차례차례 올라온지라 너무나 딱 비교되어 버리는...
호흡과 텅잉과 자유로운 구사력 등등...그냥 수준이 다르더군요. 그야말로 대화를 하는 연주.
감복, 그리고 또 감복.

블랜차드 & 마살리스

크아...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연주 하나.
솔직히 기대를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들려준 앵콜 곡. 자라섬 유일의 녹화 곡.
원곡과는 다르게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연주를 했습니다.

Mo' Better Blues

The Watts Project  (feat. Branford Marsalis)


어후...

눈시울이...

나오는 길까지 ㅠ

눈물 좀 닦고...ㅋㅋ


그렇게 공연이 끝났습니다.
여운도 한가득.

술을 한잔 할까 했지만 페스티벌을 즐기려는 젊은이들(?) 덕에 파티 라운지로.



작년 공설운동장에서 출구 가까이에 마련되니 동선상 좋더군요.

늦게까지 이어지는 뜨겁고 흥겨운 공연들.


2시까지 공연을 보다가 별장으로 이동.
이미 취기와 피곤에 지치셨던 형님과 누님이 쉬고계시던 곳으로 쳐들어가서;; ㅎ
그 와중에 또 마련해주신 발렌타인과 잭다니엘을 까고;;; 6시까지 마십니다.

그리고 취침.
10~11시에 기상해서 라면으로 아침.
씻고 가평으로 나와서 점심으로 다시한번 막국수.

참 맛있게 먹은 송원 막국수. 맛집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와 저는 서울로.
일찍 출발한 터라 안막히는 길을 팻메스니 곡들과 함께 시원하게 달렸습니다.


올해 자라섬은 작년에 비해 덜 추워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인업이 참 충실해서 너무 만족스러웠죠.
내년 자라섬이 벌써부터 기대 됩니다.

이제 돌아왔으니 오늘 밤부터 다시 글루미카페 모드로 ^^
자라섬 출연 뮤지션들의 음악은 오늘 자정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2010년 자라섬의 추억은 마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