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어깨를 위아래로 으쓱으쓱~ 엉덩이는 씰룩씰룩~'


아침 어린이 프로에서나 들을 법한 이런 풍경을 큰 기업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언젠가부터 사회생활을 위해 골프가 필수인 시대가 됐다. 골프를 치지 못하는 직장 남성에게 의사소통의 창구가 없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이렇게 골프가 널리 보급되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를 누리는 종목이 되기도 했고 요즘 가장 잘되는 사업 중 하나가 골프연습장이라고 하니 이 골프열풍의 위력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어쩌면 골프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엄청난 살충제 살포로 말끔하게 다듬어진 넓은 잔디. 하나의 좁은 구멍을 향해, 같은 목표를 악착같이 달려드는 수 많은 공. 모든 이를 제치고 단숨에 1위를 꿰차는 홀인원의 쾌감과 그것을 꿈꾸는 환상들. '무한 경쟁의 시대'라 불리는 현 세태가 골프 안에는 그대로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골프 연습장 층층마다 일정한 간격의 자리를 가득메운 사람들이 단 하나의 타겟을 향해 묵묵히 스윙하는걸 보면 문득 아득해 질 때가 있다. '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때면 오한이 들며 섬뜩해 지는 경험도 한다.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동경하고, 윤택한 삶에 딸려오는 문화적 혜택들에 목을 메던 과거. 반면에 이제는 무엇을 더 값싸고 질좋게 누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오히려 고를 것이 너무 많아 신중하게 골라야 할 지경이다. 이런 현재에 비하면 과거를 거친 중장년의 남성들의 유희는 단순해 보인다. 급변하는 현실의 팍팍함은 술로 달래고 고민을 나누는 수다는 필드에서 해소한다. 이런 유희들이 좋다면야 다행이지만 하기 싫어도 인맥 때문에, 접대 때문에 일부러 배워야 하는 지경에 이르면 이건 절망이다. 하지만 거친 항해를 계속 해나가야 하는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골프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조그마한 공 하나에 집중해 자세를 가다듬고, 스윙을 하는 가운데 느끼는 미묘한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만 그 즐거움을 강요당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더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기회를 박탈당한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자신의 레저와 취미마저 사회에 봉인되어 살아가는 존재들. 그들이 애처로워 보이는 이유는 바로 내 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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