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해질녘 해변가에서 들려오는 달콤쌉싸름 세레나데. Lamp -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

9월이 왔습니다.
선선한 공기를 기분좋게 맞이하면서도
어느샌가 유난히 뜨거웠던 올해 여름을 추억하게 되는군요.

저에게도 올해 여름은 유난히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신변에 큰 변화도 있었고
정말 좋은 친구들을 여럿 만난 것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

여기에 그 추억을 더할만한 앨범이 있습니다.
Lamp의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


Lamp -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 (2010)

   [Track]
01  青い海岸線から (푸른 해안선에서)  
02  夢をみたくて (꿈을 꾸고파서)  
03  回想 (회상)
04  昼下りの情事 (하오의 정사) 
05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


5월 말경 레코딩 중이던 나가이(永井祐介, Lamp의 보컬/기타)의 「8월의 시정(八月の詩情)」을 듣고 있노라니 감동과 함께 갑자기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 '이 노래를 여름에 발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하고 생각한 것이 일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시작한 시점에서 텐션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나가이, 카오리(榊原香保里, Lamp의 보컬/플룻), 사쿠마(佐久間磨, Lamp의 소속사 대표) 씨 등을 모아 급하게 발매 제안을 했습니다. (중략) 언제나 계절과 정서를 느끼면서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발매 시기를 염두에 둘 수도 없고 둔 적도 없었는데요. 이번에는 「8월의 시정」이라는 곡과 함께 여름을 보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이런 일을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 소메야 타이요(染谷大陽, 기타)의 블로그 中 
(http://lampnoakari.jugem.cc/?eid=913)

[Lamp]

보컬과 아코디언, 플룻의 '사카키바라 카오리', 기타의 '소메야 타이요', 베이스의 '나가이 유스케' 에 의해 2000년 2월에 결성된 'LAMP'는 아련한 일상의 단면을 이야기하는 가사와 싱그러운 듯 멜랑꼴리한 듯 눈부신 청춘의 단면을 잘 표현한 곡들로 팬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2003년 첫번째 미니앨범 [산들바람 아파트 201호]를 발표하고 이후 수많은 컴필레이션에 이들의 음악이 실리게 되었으며 2004년 봄, 두 번째 미니앨범 [연인에게]를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세 번째 앨범[木洩陽通りにて (코모레비 거리에서)]까지, 이들은 대중들과 평론가들에게 현대 팝 뮤직의 최고봉에 위치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게 된다.
http://www.bugs.co.kr

사실 Lamp가 낯선 밴드는 아닙니다.
키린지(キリンジ)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그들의 음악을 만끽해본 적은 없네요.

그런데 이번에 위드블로그에서 이들의 앨범이 리뷰목록으로 떠서
우선 뮤직비디오 한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앨범의 3번트랙인 回想(회상) 이었죠.

그리고 오늘 이렇게 도착했네요.


앨범 전체적으로 커버 디자인과 같은 특유의 나른함과 몽롱함이 녹아 있습니다.
해질녘 해변에서 들려오는 달콤쌉싸름한 세레나데...CD를 걸어놓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네요.

01  青い海岸線から (푸른 해안선에서)  ★★★
고요한 여름 밤, 두 남녀가 해안가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나갑니다.
알싸하고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있을까요?
두근거리는 설레임? 로맨틱한 달콤함? 물론 이런 감정들은 당연한 것이겠죠.

하지만 노래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그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도 휩싸인것 같군요.
그루브한 리듬 속에서도 흔들리는 스트링과 브라스. 그리고 가녀린 두 남녀의 보컬은
한없이 뒤돌아보고 자꾸 앞을 봅니다.

낯선 한 해변가에서 만난 두 사람은 과연 이 관계가 앞으로 계속될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밤하늘에, 눈 앞에서 번쩍이는 헤드라이트에, 끝없이 펼쳐진 해안선에.

02  夢をみたくて (꿈을 꾸고파서)  ★★★★★
이런 불안함 속에서도 행복은 너무 달콤합니다.

"한없이 보고 있었어. 너의 그림자를.
 지나가버릴 네게 이 마음 맡겨도 괜찮겠니?
 아침도 밤도 우리들은..."

아련하게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과 함께 시작하는 한적하고 쓸쓸한 곡.
이 한곡 만으로도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은 충분히 빛납니다.

03  回想 (회상)  ★★★
그들은 결국 함께하지 못했나 봅니다.
계절이 지나 겨울에도 그의 가슴 속에는 그해 여름이 남아있습니다.

"파란 외투 걸쳐입고 밤에 녹아 듭니다.
 가슴 언저리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아파.
 멍하니 그대를 생각하거나 하지요..."

04  昼下りの情事 (하오의 정사)  ★★★
가장 강렬한 기억은 그 사람의 체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 불덩이가 목구멍을 울컥 치고 올라오는 것 같은,
그 격렬한 고독의 순간이 과거의 기억과 뒤섞이는 그 순간.

"36도 나의 체온.
 한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너에게 닿았다."

나른하지만 충만했던 그 순간이 사운드에 고스란히 박혀있군요.
미디엄템포 속에서 그 순간을 추억하는 감정선이 아련한 멜로디, 가사로 표현됩니다.

05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  ★★★★
시간은 흐르고 기억은 희미해져 갑니다.
하지만 그 순간의 감정만은 오롯이 남아 있군요. Summer Dream.

'이젠 정말 끝...'이라는 그 한없이 허무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요...


            Platja al vespre
          Platja al vespre by sunxez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지친 몸으로 멍하게 있다보면
갑자기 상념이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Lamp의 이번 앨범과 함께라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 같군요.

9월 입니다.
8월은 갔지만 이 기억은 9월에 다시 되살아 나겠지요.

이 더위가 조금은 아쉽게 느껴진다면
이번 앨범으로
八月の詩情 (8월의 시정)을 조금 더 느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