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Jisan Valley Rock Festival 2012



일상으로 돌아오자마자 여러 일들이 밀려오면서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 이런 기록들은 생각과 여운이 남았을때 남기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고보니 작년 지산 방문기도 작성하지 않았다. 결국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이 아닌가 싶고, 역시 기록은 당시를 회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간단하게나마 코멘트를 남기는게 좋겠다 싶어 조금 늦게 작성.



1. Elvis Costello & The Imposters | 7.27 Fri 19:30
도착 직후 밥먹고 맥주 마시고 티머니 충전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무엇보다 일상에서 페스티벌 모드로 영점조정하는 과도기였기에 상대적으로 건성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노장의 기타와 보컬은 귀에 쫀쫀하게 들러 붙었다. 하긴 이제 그만 She는 잊을 때도 됐다.


2. 들국화 | 7.27 Fri 20:20
이번 지산 최고의 임팩트. 낮은 기대치에 비해 너무나 훌륭한 현직 록밴드의 공연을 만나고 말았다. 앵콜로 예상했던 행진으로 무대를 열어제치는 바람에 오랜만에 성대가 고생했다. 이어진 곡은 그것만이 내 세상,  제발. 떼창을 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라디오헤드 공연을 초반부터 보고싶은 마음에 중간에 자리를 뜨려 했지만 끝까지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앵콜은 사노라면.


3. Radiohead | 7.27 Fri 21:30
예상대로 시작은 Bloom[각주:1]. 그리고 예상했던 세트리스트, 예상했던 공연 스타일. 그들은 당연한듯 공연했고 당연히 감동했다. 하지만 톰요크가 교태를 부리거나 상의를 벗어 제끼는건 예상하지 못했고, 4번이나 앵콜로 올라와서 종료 예정시간인 11시를 1시간이나 훌쩍 넘기며 공연할 줄은 몰랐다.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는지도(?) 몰랐다. 그는 마지막으로 One more little thing을 준비했고, 그것은 Paranoid Android 였다.


4. Daze47 + Brown Eyed Girls | 7.27 Fri 25:20
매표소 앞 주차장에서 1시간 넘게 오지 않은 셔틀을 기다리며 '전해' 들었다. 그녀들의 복장과 댄스에 뭇 남성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사방팔방에 물을 뿌려댔다고 했다. 갔어야 했다.



모 펜션의 화제와 외주 용역업체의 어리바리함과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실무자들 덕에 셔틀은 3시경에나 출발할 수 있었고 양지리조트엔 4시가 넘어 도착했다. 하지만 함께한 무리들은 꿋꿋하게 돼지고기와 오리를 구웠고 올림픽 개막식을 봤다. 물론 중간에 뻗은 사람도 있었고, 폴 메카트니의 헤이주드를 듣겠다고 버티다 실신(?)한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중복 느즈막한 오후에 일어나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5. SPYAIR | 7.28 Sat 17:00

앨범 사운드에 충실한 라이브를 선보였다. 훌륭한 애니메이션 엔딩을 연속으로 보는 느낌.


6. Motion City Soundtrack | 7.28 Sat 18:20
록페스티벌에 이런 밴드가 빠지면 섭하지.
 

7. 이적 | 7.28 Sat 20:00
개인적으로 패닉의 1집 보다 2집을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가장 좋았던 곡은 UFO.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진 장점은 있지만 뭔가 방점이 찍히지 않은 느낌. 아마도 최근 앨범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8. Owl City | 7.28 Sat 20:50
Fireflies, Shooting Star 등 마냥 달콤하기만 할것 같았으나 거친 수염과 함께 등장한 Owl City 밴드에게 당분의 느끼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앨범의 상큼하고 가벼운 기운을 넘어선 묵직함이 있다. 그나저나 그 수염은 앞으로도 계속 달고 다니도록.


9. James Blake | 7.28 Sat 22:00
디스플레이 장치는 커녕 흔한 현수막 하나 없다. 그 넓고 휑한 무대엔 새파란 청년 세명이 덤덤하게 앉아 있다. 공연은 시작했고 담배 7가치와 스미노프 크렌베리 한잔, 맥주 1잔, 애플사이다 한잔이 소비됐다. Limit To Your Love가 뜨거울 수 없고, 본인들도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어차피 하지 못하는 앵콜은 안하는 시크함까지. 지산 산골짜기 시원한 바람줄기와 유기적으로 진하게 결합한 공연. 되새김질 할수록 알싸하고 몽롱하다.



10. 이디오테잎 IDIOTAPE | 7.28 Sat 24:00
가장 화끈했고 섭취하는 알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11. Show Me The Money | 7.28 Sat 25:00

은지원이 왔다면 더 신났을거 같다.


개명한 자의 고충을 나눌 수 있는 후배와 만나 신난 상태였으나 셔틀을 타고 들어와 다시 돼지고기와 오리를 구웠다. 먹을게 넘치는 공간에 후발대는 케잌을 사왔다. 하지만 각종 주류를 섞은데다 막판 속도를 붙이는 바람에 끕끕한 고기 기름들을 뒤집어쓰며 테이블 옆에서 잠들었다. 예상치 못한 숙면으로 다음날 신라면 요리사가 되었다. 공연장에 도착해서 버스커 버스커 공연 중 벼르던 라디오헤드 티셔츠를 구입했다.



12. 버스커 버스커 | 7.29 Sun 14:30
여자들은 뛰어갔고 남자들은 멀찍이서 바라보거나 듣기만 했다. '09년도 장기하 공연을 연상하면 되겠다. '10년 장기하가 뜨거웠던만큼 '13년엔 버스커 버스커도 뜨겁길.


13. 몽니 | 7.29 Sun 17:00

역시 잘한다. 괜시리 몽니를 부리고 싶어도 딱히 없을 정도로.


14. 넬 | 7.29 Sun 17:40

잠시 2000년으로 보내준 믿어선 안될 말, 군 복무시절로 보내준 Stay. 그리고 살찐 종완이. 너희는 딱 기다려라. 이젠 너희가 술사고.


15. Beady Eye | 7.29 Sun 19:20

맨시티 저지를 입고 등장한 리암. 오아시스의 흔적에 더욱 뜨겁게 반응한 관객들. 그래도 그렇지 The Roller 마저 이렇게 김빠진 맥주 같으리라곤 상상 못했다. 이렇게 다니다가 역시 형제는 용감했다는 진리를 깨닫는 날이 오겠지.


16. 장필순 | 7.29 Sun 20:20

장필순과 함춘호의 결합. 말이 필요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낮은 인지도는 관객의 부재를 가져왔고, 헐렁한 관객석을 바라보는 팬 한명은 속이 조금 쓰렸다. 나중에 소극장 공연을 한번 찾을 예정.


17. The Stone Roses | 7.29 Sun 21:30

I Wanna Be Adored 까지만해도 덤덤하다 Waterfall부터 터진 포텐에 매료되어 버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Motion City Soundtrack과 다를바 없는 그들이었건만 왜 리암이 관객석에서 함께 뒹굴었고, 음악 관련 종사자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소문보다 훨씬 괜찮았던 이언 브라운의 보컬과 존 스콰이어의 찰진 기타 사운드 때문이었으라 추측한다. 꺼진 전설은 다시 들어볼 필요가 있다.






  1. 푸도님의 제보로 첫 곡은 Lotus Flower임을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어쩐지 이 곡을 안하더라... 빅탑 도착할때 나왔던 곡이 Bloom 이었다고 정정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