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도회적인 외모 속 섬세하고 여린 감성, TeTe - Romantico


01 Instant
02 Romantico
03 저녁
04 Island
05 야상곡
06 Last Scene

Romantico를 준비하며..
싱어송라이터 tete의 시작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음악을 한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도전과 실패는 저 자신을 위한 것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모습에선 아무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저를 아는 그 누구에게도 떳떳할 수 없는 저를 보았습니다. 지난 세월이 저에게 무엇을 남겼든 그것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인 받고 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앨범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믿어준 사람들과의 약속입니다. By TETE


그야말로 절절하게 묻어나오는 뮤지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도전과 실패의 과정이 나 자신을 위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도 했다는 말에서 울컥하게 된다. 종류는 다르지만 나 역시 비슷한 행보를 겪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런 뮤지션의 고뇌에서 나온 성과물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는 이미 베이시스트로서 음악적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몽환적인 사운드로 사람들을 매료시켰던 네스티요나의 멤버였으며 일렉트로닉 댄스, 텔레파시의 현재 베이시스트라는 사실. 아래 뮤직비디오를 보면 알겠지만 두 밴드 모두 사운드나 시각적으로 화려한 측면이 있다. 다소 담박하게 느껴지는 이번 앨범을 듣게되면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세련됨과 촌스러움, 신선함과 진부함은 속된 말로 한끗 차이다. 음악을 들을때도 이러한 여러 선긋기가 무의식중에 교차하기 마련이고, 한번 머리속에 그려진 선은 쉽게 지워지거나 교정되기 힘들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은 끊임없이 귓가를 스쳐지나가는 동안 대부분 이렇게 구분되고 정리되어, 보관되거나 버려지게 된다. 처음에는 신선한 임팩트로 다가왔던 오토튠도 지나치면 촌스럽고 진부하고, 미니멀리즘한 어쿠스틱 곡도 삐끗하면 진부하고 촌스럽기 쉽상이듯 이 경계선은 참 오묘하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TeTe의 음악은 묘하게도 이 무차별한 경계선들의 중간에 묘하게 걸쳐져 있다. 촌스러운듯 세련됐고, 진부한듯 신선하다. 이 묘한 감성은 타이틀곡으로 내놓은 Romantico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어쿠스틱,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뒤엉켜있고, 라틴리듬과 신디팝 멜로디가 절효한 배합을 이루고 있다. 이런 특징은 곡 하나에서 뿐만이 아니라 앨범을 채우고 있는 각 트랙의 조합에서도 느껴지는데 1번 Instant와 타이틀 곡인 2번 Romantico은 전형적인 TeTe 사운드라 할 수 있는 느낌을 제대로 잡아주고 있고, 이후 3번~5번 트랙은 어쿠스틱하면서도 사색적인 분위기로 TeTe라는 뮤지션의 감성적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곡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5번 야상곡은 심야의 글루미카페에서도 잘 어우러졌던 곡. 6번 Last Scene에서는 어쿠스틱한 감성으로 시작하다 강렬한 일렉사운드로 마무리하는 반전을 보여주며 다채로운 TeTe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종지부를 찍는다.

도회적인 그의 외모 속에서 여린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음악들이 가득하다. 특히 과거 이력을 통해 가질 수 있는 여러 선입견을 제대로 타파하는 의외의 파격이 녹아있기도 하다. 잘할 수 있는 것과 하고싶은 것 차이에서 방황하다 이제야 자리를 잡아가는 뮤지션의 고뇌와 열정도 느껴진다. 개인적으로는 왜 타이틀곡이 Romantico인지 모르겠다. 오히려 2번 트랙 외 다른 어떤 트랙들이 오히려 2번보다 좋은 것 같다. 그만큼 알찬 앨범.

자필사인 CD가 증정된 것인지...그렇다면 매우 의미있는 앨범이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