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누자베스(Nujabes)의 재림?! 소리헤다(SORIHEDA)의 첫번째 앨범.

와타나베 신이치로는 음악을 잘 쓰는 감독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빛나는 칸노요코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후속작 <사무라이 참프루>에서 역시 닌자와 힙합이라는 묘한 조합을 훌륭하게 완성한다. 이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뮤지션이 바로 누자베스(Nujabes). Aruarian Dance를 통해 들려준 유려한 멜로디와 Jazzy함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90년대 후반부터 재즈힙합이라는 장르로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던 누자베스. 그러나 그는 작년 2010년 2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누자베스의 1주기 추모공연이 이웃나라 한국에서도 열리는 가운데 그의 계보를 이어가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뮤지션이 있다. 한편으로 당돌하고 한편으로 반갑기 그지 없다. 각나그네의 작업물 Jazzy Ivy - Illvibrative Motif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힙합과 재즈의 화학반응은 언제나 기대감을 선사하는데, 특히 아래 티저영상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은 호기심을 극대화하기 충분했다. 원곡이 궁금해지는 퀄리티 높은 테마. 그를 제대로 만나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블랙앤화이트의 스타일리시한 도시풍경 역시 한 몫을...

이 세상에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이 세상에 참된 소리를 물려주고 싶어.
 - Night Lights 中

소리헤다 : 소리헤다 (2011)

01. Night Lights (feat. Rhyme-A-)
02. Breath In
03. 별이 빛나는 밤에 (Feat. Mad Clown, 강선아)
04. At The Cafe
05. 헷갈려 (feat. Delicat)
06. 기억
07. Let It Go (feat. Mad Clown, Crucial Star)
08. 문득
09. 악어새 (Feat. 김박첼라, 수다쟁이, Huckleberry P, 진왕)
10. Midnight Alone
11. Highs And Lows (feat. B-Free, DJ Freekey)
12. Breath Out
13. Walk With Me (Feat. Boi B, Rhyme -A-)
14. 봄, 봄, 봄
15. 해가 뜨면 (feat. 아날로그 소년, Soulman)


티저에서부터 귀를 확 잡아끈 Night Lights를 시작으로 뭉툭하며 끈적이는 Jazzy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감싸고 있다. 반면에 소리헤다의 래핑은 깔끔하고 청아한 보이스로 청춘의 향기를 뿜어낸다. 이 아이러니한 조합은 묘한 균형을 이루며 전체 앨범의 풍미를 적절하게 유지한다. 특히 3번 트랙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서정적인 빈티지 사운드와 함께 미래에 대한 젊음의 불안이 배어있어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연상된다. 5번 트랙 '헷갈려'는 이성에 대한 일상적인 소회가 묻어나고, 15번 '해가 뜨면'의 긍정적 메세지는 심지어 귀여운 느낌마저 든다.
새파란 젊음이 우리의 한 밑천, 새빨간 두 눈으로 바라보는 비전
뜨겁게 달아오른 너와 나의 빈손, 그것들로 빚어내고 만들어 갈 기적
- 해가 뜨면 (Feat. 아날로그 소년, 소울맨) 中
소품으로 채워진 짝수 트랙의 브릿지들이 전체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9번 '악어새' 이후 트랙들은 역시나 '도시'라는 테마를 품고있다. 수 많은 이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공간에 대한 고찰은 재즈힙합 뮤지션들의 공통화두 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외로움과 고독은 미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하염없이 주입하는 희망과 긍정의 메세지는 몰핀처럼 금새 내성이 생겨버리는 이 도시. 빈민굴 태생의 Jazz는 이런 요소들과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지도 모른다.
아주 높은 빌딩과 회색 콘크리트로 덮인 정글, Wi-Fi 덤불에 갇힌 이 도시에 태어나 만난 선물.
Underground 늪지대. 그 안에서 숨 쉬는 악어, 나는 그 악어의 입 속에 앉아. 먹이를 찾아.
 - 악어새 (Feat. 김박첼라, 수다쟁이, Huckleberry P, 진왕) 中


소리헤다의 첫 발걸음은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1번, 3번 트랙은 수시로 리플레이되고, 중간 소품/브릿지 역시 훌륭하게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운드와 보이스, 내용의 부조화가 아쉬운 지점도 있으나 자연스럽게 녹이고 버무린 스탠다드 빈티지 사운드가 첫 앨범이라기엔 의외일 정도로 노련하다.

조금 더 많은 인생살이와 부대낌, 철학이 녹아들어 갔을때 그의 음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11년 우리가 주목해야할 뉴페이스로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