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효과

아랑카페에서 이것저것 보고있는데 "칵테일 효과"라는 별명을 지닌 사람을 보게됐다.

칵테일 효과?
술을 짬뽕으로 섞으면 자신도 모르게 맛이 간다는 말인가?
적당한 비율의 조화가 섬세한 맛의 조화를 이뤄낸다는 건가?

허허...거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찾아봤다.



칵테일 효과

(원래는 칵테일 파티 효과 [cocktail party effect] 가 본 명칭이라고 한다.)


지금 엄청난 음모가 진행 중이다. 이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비밀 요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시간 전에 달아놓았던 도청기를 모두가 함께 재생시켜 들어보고 있다. 음모를 꾸민 일당들이 모인 자리는 허름하고 시끄러운 선술집. 접시 부딪히고, 젓가락 두드리고, 노래 부르고 소리지르고 쿠당탕 뭔가 쓰러지는 소리가 한바탕 뒤섞인 속에서 중요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저희는 그분과 12월 27일 밤 11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장소는… 쨍그랑!!”
그 다음에 녹음된 소리는 허망하게도 요란하게 접시가 깨지는 소리. 워낙 커서 일당들의 목소리가 묻혀 버렸다. 비밀 요원들 모두가 망연자실해 있을 때, 대장이 침착하게 말한다. “분쇄해.” 그리고 버튼 하나를 누르자, 신기하게도 접시 소리가 “분쇄”되고 말았다! 접시 소리가 지워진 상태에서 일당들이 만날 장소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선명하게 재생되어 나온다. 마침내 요원들은 음모를 저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장면은 근 십여 년 전에 방송된 정치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그 때 저 장면을 보면서 과학기술은 접시 깨진 소리도 지워버릴 수 있구나, 하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사실 대원들은 선술집에 단 한 사람의 ‘인간’만 파견해 보냈더라도 복잡한 도청기를 달고 접시소리를 ‘분쇄’할 필요가 없었을지 모른다. ‘칵테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 효과는 인지학에서 말하는 심리적인 현상으로, 많은 소리가 무질서하게 섞여 있는 때에도 한 가지 소리에 집중하면 그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게 된 건, 칵테일 파티에서 많은 소음이 들린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기도 하고, 칵테일 자체가 다양한 맛의 요소를 섞어 만드는 음료라는 점에서 연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시끄러운 자리에서도 한 테이블에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 대화가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자주 쓰였다. 덧붙이자면 양쪽 귀로 다 듣는 것이 한쪽 귀만 기울이는 것보다 훨씬 효과가 크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난 네 목소리만 들려.”라는 분위기 있는 말이 많이들 쓰이고 있다. 물론 그것은 상대방의 목소리가 별나게 크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그 음원에 관심이 있고, 집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소음 중에서 칵테일 효과가 일어나게 되는 것. 단지 우연이 아니라, 이처럼 학술적으로도 연구된 바 있는 엄연한 하나의 현상이라는 점! 우리의 감각 신경에는 수많은 존재들이 다가온다. 이 복잡한 그물 가운데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노래를 선택적으로 듣고 반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일임에 분명하다.




결국 소리는 소리 자체가 아니라
듣는 사람에 의해 의미지어지는 것이니라...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소리만 칵테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글, 이미지 뿐만 아니라 세상 만물이 다 나 보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던가.

지금 내가 바라보는 세상도 이런 칵테일 효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터.
다만 얼마나 열린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인데
심지어 내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것도 그리 신뢰가 가지는 않는 상황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란 말인가.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양새는 뭔가 치열한 감이 없기는 한데
이 방식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맞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이다.

답답하고 답답한데
들리고 보이는 정보는, 그리고 나에게 옳타쿠나 무릎을 내리치게 만드는 이야기는
세상은 명확하고 확실한게 없고 다 자기보기 나름이라고 해대니
자꾸 내게 지워지는 짐만 무거워져만 간다.




[+1] 티스토리가 배경음악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음원으로 유로피안 재즈 트리오의 유로파를 샀는데
       블로그 전체 배경음악으로 까는건 어떻게 하는건지 ㅡ_ㅡ;;;
       (스킨때문에 귀찮았는데 또 연구해야해? ㅋ)


[+2] BGM 서비스를 하는곳이 실미디어라는 회사의 AnyBGM이라는 곳인데
       우선 음원을 영구 소유 / 활용하게 해주겠다는 발상이 꽤나 맘에 든다.
       그런데......
       문제는 DB가 너무 빈약하다는거 ㅡ_ㅡ;;;
       언넝 곡들을 사들이셔야 내가 저작권법에 걸리는짓을 안해도 되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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