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출생의 비밀을 알고 더이상 한국에서 살아갈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 선그라스 아래로는 눈물이 비치고 캐리어를 끌고 쓸쓸하게 게이트를 빠져나가지. 그래 맞아. 드라마의 한 장면이야. 출행의 비밀. 이게 요즘 한국 드라마 트렌드라면서? 요즘 이쪽에서 이런 장면들이 심심찮게 촬영되고 있어. 하긴 내가 좀 뽀대나기는 해. 김포 형님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공항이 된게 바로 나니까. 드라마는 역시 폼생폼사 아니겠어?


그래도 출생의 비밀이 전체적인 트렌드가 됐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아무리 한국땅이 좁디 좁다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싶어. 실제로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 보기가 쉬운 일은 아니잖아. 너는 그런 일을 본적 있어? 한국인들이 원래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건가? 아니면 내면에 새겨진 무언가가 존재하는거 아니야? 출생의 비밀에 대한 욕망이나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 아... 이건 너무 변태적인 발상인가?


그래도 말이야. 이 드라마가 완전히 허구는 아니야. 왠줄 알아? 여기 있으면 드라마 촬영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종종 보게 되거든.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런 아픔들에 이미 익숙해져있는 존재 중 하나야.  아니아니~ 김포 형님을 말하는게 아니야. 우리나라에 내 형제들이 얼마나 있는줄 알아? 자그마치 14개야 14개. 그나마 광역시에 있는 국내선 녀석들은 이해한다고 치자구. 그런데 청주에서 식물공항이 된 녀석이나 양양에서 기능불구공항이 되어버린 애들은 도대체 뭐야? 넌 얘네들이 있는 줄 알았니? 국제공항의 피를 이어받았지만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단 한번 구경조차 못한 형제들이야. 아예 운항을 하지 않는 녀석들도 있어. 이건 뭐 출생의 비밀을 넘어선 출생의 비극이지.


하여간 떳떳하지 못한 출생은 그만큼의 아픔을 낳는 법이야. 그놈의 선심성 공약과 정책들 덕에 얼굴도 못보는 내 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무서운건 언제 생겨나고 어디에 생겨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공항 하나 태어나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알지? 땅이며, 항로확보를 위한거며, 시설 등등...이게 다 누구 돈이라고 생각해? 요즘 한국이 핵가족화, 개인화가 되어간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 공항식구는 시대를 역행해서 대가족을 이루게 생겼어. 이게 불행인지 행복인지...나원 참... 아무리 출생의 비밀이 트렌드라지만 이건 좀 아닌거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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