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달라진걸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버스 맨 뒤쪽, 오른쪽 창가 자리였다.
왼편에 고등학생(중학생일지도 모르겠다) 하나가 자리에 앉았고
내 딴엔 그 친구에게 친절하게 군다고 이런저런 가벼운 이야기를 던지는 중이었다.

대화의 내용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 중에 종종 나 스스로 한계를 지어
어쩌면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무언가를 놓치는 경우도 있으니
때로는 미친척 하고 그냥 달려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라는 류의
뻔하고 식상한 인생선배의 잔소리 비슷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 순간.
그 옆자리, 그러니까 학생의 왼쪽에 앉아있는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에는 비아냥이 뒤섞여 있었고, 얼굴엔 무시하는 투의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네까짓게 뭐길래"라는 분위기와 적의를 담아 쏘아대던 그녀는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바로 그녀였다.
의외이기도 했고, 당황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반가운 마음까지 들었다.

처음엔 순간 욱하기도 했지만, 어느새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듣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고 꽤 설득력있게 조근조근 반박하기도 했다.
초반의 감정적 흔들림이 사라질수록 그녀는 점점 흐릿해져갔고
나는 그대로 잠에서 깼다.

이제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그녀의 등장에 신기하기도 하고
이 변화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묘한 새벽,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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