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재즈, 힙합, 도시의 화학적 반응, Jazzy Ivy - Illvibrative Motif

재즈의 학구적이고 실험적인 시도가 충만했던 시절, 퓨전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록과의 결합 시도도 있었지만 사실 대중들에게 더욱 크게 어필했던 것은 그 이후 재즈와 힙합과의 결합이었다. 소위 말하는 애시드재즈류가 바로 그것. 모타운 사운드에 길들여진 대중들에게 힙합 리듬과 결합된 재즈는 값비싼 양복을 쫙 빼입은 신사가 포근한 니트로 갈아입은 것처럼 쉽게 다가왔다.  

힙합신에서도 재즈와의 결합은 심심찮게 보여왔다. Us3의 Cantaloop는 Herbie Hancock의 원곡보다 유명해졌고, Guru가 내놓은 Jazzmatazz 시리즈는 대중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는 조PD의 Great Expectation 조PD Pt. 2: Love And Life 앨범에 있는 So Nice(PD RMX)가 눈길을 끌었다. So Nice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해서 요즘도 자주 플레이 된다.

블랙뮤직이라는 기본 뿌리가 같은 재즈와 힙합이기 때문일까? 재즈는 힙합을 탐하고, 힙합은 재즈를 탐하는 상황이 계속 시도되고 관심을 받는 것은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이 와중에 만난 따끈따끈한 재즈와 힙합의 화학반응. 반갑기 그지 없다.

Jazzy Ivy - Illvibrative Motif (2010)

  [Track]

   01  Jindong
   02  Yadan
   03  Simjang Talk
   04  Organic Props
   05  Whatever Works
   06  Lady Lady
   07  Street Science
   08  Eighty2Deep
   09  Namhee&
   10  Ahwu
   11  Kickin' Points
   12  Vnivy
   13  3.14
   14  마구마구
   15  Last Rose (Bonus Track 서울특별기준법)


서울에게 바치는 앨범 ILLVIBRATIVE MOTIF! 

‘ILLVIBRATIVE MOTIF,’강렬한 자극으로 이끌린 예술적 충동을 뜻합니다. 2010년 2월 14일 서부터 2010년 8월 6일까지 서울과 호흡하며 매 숨마다 묻어 나오는 찰나의 진실된 감정들을 노트위로 두루 뿌리고 주변에 흩어진 고민의 흔적들을 몰입적인 사고를 통하여 하나의 결정체로 옮겨 담은 작품 입니다. 

이른 새벽녘부터 벌어지는 백지장과의 정면승부, 위대한 자연을 가슴으로 헤아리고 삶을 이루는 만물의 움직임들과의 대화를 나누며 그 생명들과의 짙은 소통을 통하여 자신을 재발견하는 깨달음의 온도를 다른 심장들 또한 느낄 수 있게 173일의 시간, 그저 삶의 흐름 앞에 예의를 갖추고 직감만을 믿고 자신의 색감을 찾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내뱉었습니다. 

매일 넘나드는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 밤낮으로 펼쳐지는 내면의 치열한 반란 그리고 그 균형을 찾고자 건설과 붕괴를 반복하며 기준 값을 알아내려는 중용의 인내심, 그 미명한 꿈틀거림까지 생생히 담아내기 위해선, 흔들림 없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습니다. 살아 뛰는 영혼의 진동, 그 원초적 영감, 과정 속 영감 그리고, 마지막 내뱉음까지 나란히 함께 필사적으로 정수를 뿜어준 VINICIUS(전하림)에게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 앨범은 서울에게 바칩니다. 


MV에 흘러나오는 Street Science와 더불어 10번트랙의 Ahwu는 재즈와 힙합의 화학적 반응이 각나그네의 손에서 어떻게 제조되었는지 흥미있게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앨범은 장르와 장르의 만남만으로 보기에는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그가 직접 기술한 앨범 설명처럼 도시라는 인구밀집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인간군상들의 모습과 충만과 결여의 이중적이고 기묘한 분위기가 앨범 전체를 밀도있게 감싼다. 술에 심히 취한 밤, 도심 속을 거닐던 느낌을 이 앨범만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솔직히 인디힙합신에 대한 선호도는 약한 편인데 (오히려 록을 좋아하는;;) 이번 각나그네의 작업은 이런 선입견과 취향을 전복시킬 정도로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쌀쌀해지는 날씨 속에서 고독한 도시의 향취에 마음이 동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어봐야할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