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야릇한 쾌감과 역겨운 불편함의 공존.
Movie 2010. 8. 31. 02:25
|
1.
밤 11시 마지막 상영회.
영화를 보고 나온지 20분이 지나가는 시점.
야릇한 쾌감과 역겨운 불편함이 공존한다.
2.
어린시절, 곤충이나 동물 학대를 함에 있어서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관여한 적이 있을 것이다.
구워먹겠다는 명목으로 잡은 메뚜기를
압정이나 옷핀으로 고정해 놓고 다리를 하나하나 뜯어냈던 일이 떠오른다.
신문지에 돌돌 말아 산채로 태우기도 한다.
그런데 잡다가 주변의 날선 풀잎에 손이 베이거나
그 조그마한 입으로 검지 한 구석을 살짝 깨물기라도 하면
일부러 더욱 서서히, 고통스럽게 죽이기 시작한다.
그것의 인간 버전.
3.
이 영화의 끔찍한 점은 피와 살점이 뒤엉킨 영상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을 사정없이 후벼 판다는 것.
누구나 한번쯤 상상했을 가장 잔인한 복수 방법.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거나 심지어 생각으로 조차 금기했던 행위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다.
4.
과거 이런 고어물 같은 경우 굉장히 특수한 상황을 상정했다.
<호스텔>이나 <쏘우>도 하나의 특수한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지
이렇게 실생활과 밀착한, 상식선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의 것이 아니었다.
실질적으로는 인간과 그 외의 종, 인간과 캐릭터, 혹은 캐릭터와 캐릭터의 관계였다면
이 영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깊숙하게 파고든다.
이런 와중에 감독은 컬트적 유머를 넣는 여유까지 부린다.
웃는 귀신이 제일 무서운 법.
5.
제일 불편했던 부분은 바로 '전염'이다.
전쟁의 광기, 선동의 광기와 맞닿아 있는 살가운(?) 광기들은 주변을 전염시킨다.
몇 사람 보지 않았음에도 출구쪽에 자욱했던 담배냄새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살기, 분노와 그것을 발견하는 자아의 당혹감이 뒤섞여 있는듯 했다.
뭔가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 제 2의 수현들.
6.
역시 당혹스러웠던 나 역시 무언가 엄습하는 감정선을 다독이며
이 날것의 감정을 최대한 빨리 남기고자 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추가로 후기를 남길지도...
혼자 보기 잘했다.
올해의 문제작 인정.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Prince of Persia: The Sands of Time(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 이런 영화는 감사할 따름! (0) | 2010.09.08 |
---|---|
[해결사] 짝퉁 강철중 + 방자전 (0) | 2010.09.01 |
[아마존의 눈물] 아마존강 만큼 먼 삶과 철학의 거리 (0) | 2010.08.19 |
[Repo Men(리포 맨)] '역지사지'의 체득 버전. (0) | 2010.08.13 |
[Hot Tub Time Machine(핫 터브 타임 머신)] 난잡하고 조잡한 추억 여행 (0) | 2010.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