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08 Sonny Rollins LIVE

강호에는 전설이 전해져오기 마련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초고수들의 호칭과 그들이 펼쳤던 극한의 무공들은
강물과 같이 흐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깊이를 더해간다.

20년대 후반부터 면면히 이어져오던 수많은 이름들...
존 콜트레인, 빌 에반스, 마일즈 데이비스 등등등....
그 와중에 그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1급 비전서를 디스코그라피에 고스란히 남기고
세상을 떠나갔다.

그리고 작년에는 오스카 피터슨, 맥스로치 까지 결국 세상을 떠나면서
세월무상의 진리가 비탄과 함께 강호에 널리 퍼졌다.

하지만 작년쯤이었던가...재즈팬들 사이에서는 술렁임이 있었다.
소니 롤린즈의 공식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온 어느 사람이
내년 2008년에 내한공연 스케쥴이 잡혀있다고 제보를 해온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세상 곳곳에 숨어있던 애호가들은
아마도 나처럼 소식을 듣자마자 홈페이지로 달려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두 눈으로 확인했다. 2008년 내한공연 일정을.
그리고 세상의 은둔고수들 역시 확인했을 것이다. 그 감격의 일정을.

공연일정을 세세히 맞춰서 간다는게 참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할아버지의 공연은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위기감!!

이 블로그에도 소식이 올라와 있지만
오스카 피터슨, 맥스로치 등이 세상을 떠나가는 상황 속에서
이번 아니면 이제 평생 만나지 못한다!!! 라는 극도의 위기감은
수시로 공연정보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드디어 공연공지가 뜨고 티켓판매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또 약 3개월여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5월 25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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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트 누가 만든거냐! 공연관람의 불꽃에 기름을 붓는 문구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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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적 공연때마다 사모으는 티셔츠! 이번에도 화장실에서 환복;;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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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녀석과 사진도 한방


공연이 시작 전에 이런 이야기를 친구와 나눴다.
"공연을 하지 않아도 좋아!!"
우리에게는 그저 그 전설의 고수를 두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뿌듯하고 흥분되고 설레는 일이었다.
(사실 척 맨지오니, 에디 히긴스때 조금 실망한 감이 있어서 미리 방어벽을 친것일지도;;)

술렁거리는 관객석을 잠재운건 공연장 조명
그리도 등장하는 사람들.
그리고....

포스터의 말끔한 모습이 아닌 구부정하게 휘어서 상체를 들지도 못하고
당뇨기가 있으신지 다리까지 절뚝거리며 나타나는 노쇠한 할아버지가 등장했다.

아아....ㅠ_ㅠ
맞아요. 할아버지는 30년생, 그러니까 올해 79세시로군요 ㅠ_ㅠ
그냥 정말 말그대로 뵌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땐 정말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테너 색소폰 피스가 그의 입에 들어가는 순간 그의 구부정한 허리는 꼿꼿하게 펴졌고
드럼과 콩가 퍼쿠션이 리듬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그는 엉덩이를 흔들었다;;;
게다가 연주 막판에 박수를 유도하는 쇼맨쉽까지!!
아아....할아버지!!!!

도대체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경이로운 눈길로 그를 끊임없이 주시하고
한소절이라도 놓칠까 연주에 귀기울이고
솔로연주가 넘어갈때 곡이 한곡 끝날때마다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댄것 밖에는...

드디어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기립해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듣자하니 그제 공연에서는 심한 감기몸살 때문에 (아아...할아버지...)
앵콜곡을 못했다고 했지만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박수와 함성.

그리고 할아버지가 다시 나왔다!!!
그리고!!!!


Sonny Rollins - St. Thomas
Saxophone Colossus (1956 Prestige R)

으아아아~~~
사람들 난리났다. 연주 내내 관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췄고
할아버지와 밴드들도 덩달아 신이 난 모습~~

ㅠ_ㅠ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시고 건강하시고 말년까지 행복하세요!!!
오늘의 감동은 다시한번 영원히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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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할아버지의 공연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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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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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보기 전, 형주와 바람을 맞으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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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만나러 갑니다. 티셔츠 사고 공연장 들어가기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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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주도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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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번 바람을 의식하며 ㅎㅎ

이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ㅠ_ㅠ
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