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재즈페스티벌(Seoul Jazz Festival) 2009 홀로 관람기

공연보러 가는 길

예전 글을 올렸던 것처럼 홀로 다녀왔습니다.
[공연] - 서울재즈페스티벌 2009 홀로 예매했습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헐레벌떡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더랬죠. 하지만 분당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버스는 북적대는 도로에서 거북이 걸음이었습니다.
KFC에서 징거버거 세트 후다닥 해치우고 공연장으로...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정시에 칼같이 시작하기에 마음이 급했죠.

5분 전에 겨우 예매확인을 마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뒤로는 연인들이 가득했는데, 옆자리에는 친구끼리 온 여자분 3명이 나란히 앉아계셔서
그나마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응?;;;)

여튼 세종문화회관 특유의 종소리가 울리고 공연이 시작됐죠.

Liam O Maonlai


오프닝 공연은 피아노와 함께 독특한 악기 연주를 들려준 '리암 오마온라이(Liam O Maonlai)'였습니다.
 
전통민요 같은 노래와 연주를 하는듯 했는데 프로그램을 검색해 보니 보드란(아일랜드 전통 퍼커션)과 틴휘슬(아이리쉬 피리)연주로 유명한 분이시더군요.

소탈한 패션, 유쾌한 몸짓과 유머러스한 멘트와는 달리
음악은 한없이 깊고 진했습니다. 토템 재즈까지 언급하기에는 뭐하지만 아이리쉬 음악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죠.


그리고 드디어 The Swell Season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디카를 깜빡해서 폰카로 ㅠ


수수한 복장의 글렌핸사드(Glen Hansard)와 마르게타 이글로바(Marketa Irglova), 그리고 The Frames가 모두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아아...그들은 영화 ONCE 에서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더군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뭉텅 떼어다가 무대 위에 올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


1. 영화 ONCE 를 직접 눈으로 보다.

The Swell Season & The Frames

영화 ONCE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 부분은 다름아닌 스튜디오 첫 곡 녹음 신. 글렌핸사드가 목에 핏대를 가득 세우며 엔지니어의 태도를 돌변하게 만든 곡이 바로 오늘의 첫번째 곡이었죠. When Your Mind's Made Up.

첫 무대부터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습니다. 서서히 피치를 올리는 곡의 흐름과 맞물린 글렌핸사드의 폭발적인 가창력은 영화를 뛰어 넘는 힘으로 넋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이게 시작이었지만요 ㅎ)

곡이 끝날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익숙하게 내뱉는 글렌핸사드의 넉살에 관중들이 즐거워하는 동안 Once, The Rain, Feeling The Pull 에서는 글렌-마르게타 커플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런식으로 음악적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이 연인이 아니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죠. 특히 비슷한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화는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주객이 전도(?)되는 곡 If You Want Me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죠. 누가 메인이건 누가 코러스건 이 둘은 천상 연인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샘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포기하고 인정하게 됩니다. ㅠ)

그리고 마지막 순간. 이들은 엠프에서 잭을 빼고 피아노 의자를 뒤로 한채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글렌은 무대 뒤로 들어가려는 마르게타를 붙잡았고 두 사람은 함께 무대 앞으로 나왔죠.

기억하시나요? ONCE 오프닝 장면을. 한적한 길거리에서 홀로 통기타를 치며 애절하게 불렀던 Say It To Me Now 를...그들은 그렇게 아무런 전자효과 없이 길거리 공연을 하듯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순수한 공기의 전달 만으로 음악은 사람들의 귀로, 가슴으로 전달됐습니다. 그건 좋은 음악을 떠나 또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영화 ONCE 그 자체를 통째로 들어 이 공연장에 가져다 놓은 느낌...그 벅찬 느낌에 저를 포함한 모든 관중들은 곡이 끝나고 그렇게 뜨겁게 박수를 쳤을 겁니다.



2. 공연을 통해 발견한 또 다른 보석과 같은 곡들

이번 공연에서는 ONCE OST 이외에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he Frames와 함께 한 공연이었던만큼 그들의 음악도 함께 들을 수 있었고, The Swell Season의 신곡과 글렌핸사드의 단독 연주도 볼 수 있었죠. (사실 모든 앨범을 섭렵하지 못했기에 조금 더 비교를 해봐야겠습니다 ^^;;)

가장 귀에 들어온 곡이라고 한다면 Back Broke(글렌이 애인에게 불러주라며 추천해준 곡 ㅎㅎ)와 독특한 몽롱함을 전해줬던 The Moon(이상하게 기본 라인업에는 곡목이 빠져있네요)이었습니다. Back Broke를 부를때 글렌이 유도하는대로 관중들도 후렴구를 같이 불렀는데, 이런 즐거움을 넘어선 애절하고도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곡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 Gloomy Cafe 주인장입니다. 저의 취향이죠 ^^;;)

Astral Weeks도 잊을 수 없겠군요. 어쿠스틱 기타에 이펙터를 사용하는 것도 독특했지만 스트로크만으로 사람들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그야말로 Astral 한 연주에 다시한번 넋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듣고 난 다음 '어우~'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신들린 듯한 글렌의 스트로크



3. [ONCE 2] 자유롭게 유랑하는 아일랜드 인디밴드를 발견하다.

이런 공연에 앵콜이 빠질 수 없습니다.
Falling Slowly, Lies 를 안부르고 어떻게 그냥 가겠습니까 ㅎㅎ
앵콜을 부르는 관객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ONCE 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불렀던 글렌의 Lies. 그의 옆에는 이제 마르게타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악기점에서 처음 맞춰보던 풋풋한 Falling Slowly 는 이제 짙은 하모니가 되어 들려오네요. 이렇게 이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 변했습니다. 인디계의 신데렐라로 호칭되는 만큼, 허무하게 헤어졌지만 사실은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의 관계 만큼 ONCE 그때의 느낌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 그리고 아직 관객을 대할때 아마추어 같은 풋풋함은 여전합니다. 아직 그들은 하고싶은 음악이 많고, 앞으로 그것을 위해 끝 없이 항해해 나갈 기세입니다.

이런 느낌 때문일까요? 저는 이번 공연에서 [ONCE 2]를 발견한거 같네요. ONCE 에서 못 이룬 사랑을 꽃피운 두 사람과 인디밴드는 한국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또 다른 '거리공연'을 위해 떠나갑니다. Say It To Me Now 를 부를 때 처럼 이들은 마이크, 엠프 없이 자유롭게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고 노래합니다. 마지막 곡을 부르며 무대 뒤로 행진할때는 그들의 미래가 눈에 보입니다. 자유롭게 유랑하는 아일랜드 인디밴드의 또 다른 여정. 시간이 될때 다시 이곳에 찾아주기를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이제 어디로 떠돌 생각인가요?



아직도 공연의 여운이 남아있네요.
이 기분을 어떻게 기록해놓을까 하는 고민 때문에
리뷰를 이렇게 오랫동안 작성하게 되었는지도... ^^;;;

그리고 "혼자 보는게 어때?" 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막상 이렇게 좋은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누군가와 함께 했으면 좋았겠다 라는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하네요 ^^;;

여튼 이렇게 좋은 공연 하나가 또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사실 공연 도중에 사진을 찍지 못하게 되어있었는데 ^^;; 다른 블로거 분의 이미지를 빌려 사용한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 이외에 다른 이미지들은 '새드에어'님의 블로그에서 빌려왔음을 밝힙니다. '새드에어'님의 리뷰도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
http://blog.naver.com/mzmania/10047472367



[+] 그 외 리뷰나 정보들을 보실 수 있는 곳이에요. (제가 구경한 리뷰만 ^^;;)

작은깡통님 리뷰 (제가 본 공연 다음 날 보신거 같네요 ^^;;)
http://blog.naver.com/oneejway/140068263525
은사자님 리뷰
http://memorylane.egloos.com/2349156
서울재즈페스티벌2009  5월 15일 공연 프로그램 소개 페이지
http://www.seouljazz.co.kr/2009/artist/artist_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