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지친다.
몸은 움직이고 있는데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한없이 쏟아부을 공간을 만들어
붓고 붓고 한없이 붓다가 이게 뭐하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관성처럼 계속 부어대는 내가 있다.

자기혐오와 연민이 동시에 들지만
그 어느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도무지가 채워지지 않는 이 공허함.

결국 내가 아닌척, 아무렇지 않은척 말해보지만
쌓여가는 것은 상념과 그리움과 무너지는 자존감 뿐.

그래. 너는 훌륭한 전략을 쓰고 있구나.
실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저 내 머리속의 존재만 남으면
영롱하다 여긴 내 고백 또한
한낮 허공에 외친 자위행위가 되어버리겠지.

훌륭하고도 잔인하다.
말끔하게 미련의 끈을 자르려했던 다짐 마저
초라하게 만드는 재주는...

이런 방식으로 네가 말한 너를 증명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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