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 피곤하다. 멍하다. 지금 나에게 드는 생각은 오직 이것 뿐.

2. 오전 부모님을 수행하면서 학교를 돌아다니고 방송국과 과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없다가 오후에 박홍규 교수님과 만나고 다시 과친구들과 저녁식사, 방송국에서 술자리가 이어졌다. 아아.....

3. 친구놈 졸업식이라고 퇴근하고 달려온 녀석들이 있다. 내 피곤함에 못이겨 고마움을 충분히 표현은 못했으나 알것이다 녀석들은. 친구놈은 "히야...졸업식과 눈이 어우러지는 이 상황에 내가 왜이렇게 마음이 심란한지 모르겠다."라며 술잔을 부딪혔다. 난 술기운과 졸음이 겹쳐 게슴치레한 눈으로 답했다. "뭐 글쎄 난 잘 모르겠다. 허허...그냥 정신이 없고 피곤할 뿐이네 ㅋ" 피곤하다는 나를 끌고 친구놈들은 결국 새벽의 경계선을 통과하면서 막창집까지 끌고갔다.

3.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치러진 졸업식이 지나가고 아침에는 자명종이 어김없이 울렸으며 뉴스에서는 아침 빙판길 조심하라는 멘트가 쏟아져나왔다. 팅팅 부은 눈으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은채 나선 거리에는 밤새 내린 하얀 눈으로 뒤덮여있었고 나는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를 한갑 샀다. 언덕길을 올라가려면 조금 조심해야겠군...하면서 담배연기를 들이마셨고 폐를거친 연기는 거리의 눈덮인 풍경과 뒤섞였다.

그렇게 일상은 다시 시작되었고
졸업식이라는 축제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내 학창시절과
그렇게 많이도 아팠던 내 사랑과
내 20대 역시 슬슬 막을 내릴 참이다.

왠지 조금 쓸쓸하군...
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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