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이젠 함께 갈 때가 되었습니다. 이승환 - Dreamizer

소년은 꿈을 먹고 자란다.
꿈을 먹는 자의 읊조림은 절실하고 달콤한 법.
주체할 수 없이 속에서 끓어 나오는 진솔함은 주변을 물들게 한다.

이승환은 그런 존재로 기억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오랜시간 꾸준히 사랑해 왔다.
나 역시 그의 음악을 사랑해 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이승환은 나이를 먹지 않은 최강 동안을 활용한,
앙증맞은 커버 디자인과 함께 신보를 발매했다.

이승환 - Dreamizer (2010)


   [TRACK]
01  이별기술자  
02  반의 반  
03  A/S  
04  Dear Son (feat. Heritage)  
05  롹스타되기 (feat. 윤도현 Of YB, 요한 Of Pia, 이성우 Of 노브레인)
06  단독전쟁
07  Reason
08  완벽한 추억
09  My Fair Lady (feat. 서우)
10  구식사랑 (feat. 이주한 Of Winterplay, 린)
11  Wonderful Day (feat. 박신혜)
12  내 생애 최고의 여자
13  개미혁명

용팔이들도 기겁 한다는 음질덕후로 유명한 만큼
음질 하나는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번 신보를 처음 입수하고 들었을 때는 늦은 밤 시간이어서 별 감흠이 없었으나 (크게 들을 수 없으니)
다음 날 이어폰으로 접한 '품질'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강렬한 사운드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귀가 괴롭기는 커녕 부드럽게 확 휘감기는 느낌...
이런 내공은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01  이별기술자  ★★☆☆☆
이승환 특유의 시각. 현실적인듯, 알고보면 굉장한 사랑 이상주의자의 노래.
이별할 때. 그 어색하고 난감한 그 순간을 넘기는 심정을 이율배반적인 경쾌한 리듬으로 덮는다.
과거 CYCLE 앨범의 '백일동안'과 비슷한 느낌.

02  반의 반  ★★★☆☆
이승환표 발라드.
'반의 반, 그 반의 반, 그 반이라도 나는 너를 붙잡고 싶다'
라는 감각적인 가사에도 불구하고 Human 앨범의 '천일동안'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천일동안의 천분의일 정도의 감흥.

03  A/S  ★★★☆☆
그루브한 기타리프로 시작하는 경쾌한 리듬이 인상적이다.
헤어진 후 A/S 해주겠다는 찌질한 남자의 이야기를 이승환 특유의 달콤함으로 포장한 노래.
1번 트랙과 비슷한 느낌.

04  Dear Son (feat. Heritage)  ★★★★☆
언젠가부터 밀고있는 가족 이야기.
배경을 채우는 환상적인 코러스 하모니와 스트링이 가슴을 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에게 이 노래를 직접 들려줄 아들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

05  롹스타되기 (feat. 윤도현 Of YB, 요한 Of Pia, 이성우 Of 노브레인)  ★★☆☆☆
록에 대한 열망과 집착이 드러나는 곡.
평소에 생각한 이승환의 록넘버들은 콘서트용. 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곡.

06  단독전쟁  ★★★☆☆
록에 대한 열망과 집착이 다시한번 드러나는 곡.
하지만 5번 트랙과 비교하면 훨씬 좋다. 감상과 공연장 모두를 커버할 수 있을 록넘버.
신난다. 트랜디하다.

07  Reason  ★★★★☆
다소 복고적이고, 다소 모던한. 끈적이면서도 깔끔한;;; 묘한 분위기의 곡.
편곡은 결코 단촐하지 않은 나름 대곡 구성임에도 난잡하지 않다.
이승환의 실험정신과 대중적 요소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곡.

08  완벽한 추억  ★★★★☆
쉽게 다가오고 쉽게 몰입된다.
멜로디는 감칠나고, 가사는 호소력 있으며, 편곡은 깔끔하다.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이승환 개인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포장하지 않은 아픔이 오히려 더 마음에 박히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의 킬링트랙.
그런데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곡에서도 Human의 '체념을 위한 미련'이 떠오른다.

09  My Fair Lady (feat. 서우)  ★★★☆☆
탤런트 서우가 곡에 참여했다는 표기에 눈이 한번 더 가고
후렴구에 흘러나오는 꽤 괜찮은 느낌의 서우 목소리에 귀가 한번 더 간다.
그리고 '신데렐라 언니'가 떠오른다. 끝. 무난한 곡.

10  구식사랑 (feat. 이주한 Of Winterplay, 린)  ★★☆☆☆
스카(?), 레게(?) 이러다가 Jason Mraz가 떠오른다.
구식사랑이라는 곡명처럼 가사는 올드패션, 복고풍.
그런데 이런 가사놀이도 이제는 뭔가...식상한 감이 있다.
Jason Mraz가 심하게 연상되어 별 2개.

11  Wonderful Day (feat. 박신혜)  ★★☆☆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있고 나른한 하루를 경쾌하게 노래한다.
하지만 노래가 추구하고자 하는 상큼발랄함을 박신혜로 극대화 하고자 한건 알겠는데 뭔가 좀 아쉽다.
뮤지컬풍의 편곡인데 이건 역시 유영석의 전매특허가 아닐까...

12  내 생애 최고의 여자  ★★★★☆
다시 한번 느끼게 되지만 역시 자신의 진솔함이 담긴 이야기에 한번 더 손이 간다.
우리네 인생이 최고의 영화고 드라마 아니던가.
처절한 후렴구가 다시 한번 들려온다. 마지막 끊기는 필름같은 효과도 저릿하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킬링 트랙.

13  개미혁명  ★★★☆☆
이번 앨범 록넘버 중 가장 괜찮은 곡.
저항적이고 젊은 가사와 시원시원한 편곡이 좋다.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데 손색 없다.



소년은 꿈을 먹고 자란다.
꿈을 먹는 자의 읊조림은 절실하고 달콤한 법.
주체할 수 없이 속에서 끓어 나오는 진솔함은 주변을 물들게 한다.

이승환은 그런 존재로 기억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오랜시간 꾸준히 사랑해 왔다.
나 역시 그의 음악을 사랑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이승환의 음악이 멀어져갔다.
그때가 언제인가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 현실 문제에 치이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사랑에 아파하기보다 계산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혐오스럽고
미래보다 당장 내일의 문제에 급급하는 세속적인 상황에
꿈을 먹고 살아가는 이의 소리는 가슴에 와닿지 않았다.
그리고 우연찮게도 그 시기는 이승환의 이혼소식과 맞물리게 된다.

이번 앨범도 그렇게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책임감과 돈과 이미지와 욕망과 아픔과 과거에 대한 포장 등등등...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버린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그에게 통기타 하나로 소박하게 음악을 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진솔한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오랜 팬의 욕심일지도...
그리고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동반자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아집일지도 모르겠다.

가요계에서 그가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의 바람은
그 부담감 마저 훌훌 털고 모든 것을 비우는 '어른'일때,
그때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젊게 사는' 이승환에게 결코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일까...

그리고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한다.
'형님이 변한 것이오. 내가 변한 것이오.'

이번 신보를 넣어두고
옛 음악을 다시 꺼내어 본다.


015B - 나의 옛친구 (Featuring 이승환)
The Sixth Sense - Farewell To The World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