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4년만에 찾아온 봄날의 아카시아 향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봄날엔 봄날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푸르고 찬란하며 상큼항 향취의 봄날 제철음악들이 쏟아져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등의 봄꽃향도 좋다. 그런데 문득 쓸쓸한 아카시아 향취가 밀려온다. 4년만에 찾아온 그들의 정규앨범이 반갑기도 하지만 봄날이란 이렇게 찬란하고도 잔인한 것이었나 라는 새삼스런 소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진솔한 이야기와 담백한 음색을 기다렸던 사람들에게 이번 티저영상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소음 위에 얹은 비트가 조금 불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의 앨범을 살펴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Life Is Noise. 과거 여행스케치가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앨범에 넣었다면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삶의 소리'를 날것으로 앨범에 덧대었다. 소소한 일상에 안착한 노래를 들려주던 그들 답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Ciaosmos (2011)


01  Ciaosmos
02  Dream Is Over
03  Ladybird
04  Life Is Noise
05  23 Red Ocean
06  물에 사는 돌
07  서부간선
08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
09  던져지고 있는 돌
10  Love On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장기적인 안목,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라는 메세지에 동화되기 마련이다. 당장 눈 앞의 것만 보지 말아라. 너 자신만을 생각하기 보다 우리 모두를 생각해라. 하지만 삶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팍팍한 일상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외부의 압박은 나 자신을 자꾸 좁고 이기적으로 만들 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처리하느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꿈은 저 아득한 곳으로 멀어져만 간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일상은 그래서 아름답지만은 않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비극은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들추어내 아프게 한다. Dream Is Over. 하지만 그 아픔도 그저 흘러 지나갈 뿐이다. 소시민은 하루를 살아가기도 버거운 존재다.


형형색색 화려한 옷들을 걸친 도시인들은(03  Ladybird) 저마다 복작복작 바쁘게 살아가지만(04  Life Is Noise) 결국 정해진 하나의 목표를 향해달려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05  23 Red Ocean) 그 거센 물살 속에서 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굳건해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06  물에 사는 돌) 시원하게 내달리며 일상을 잊는 것도 잠시 뿐(07  서부간선) 내가 과연 잘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끊이지 않는다. (08  좋아하는 것, 괜찮은 것) 하지만 금새 세상으로부터 도태되고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09  던져지고 있는 돌)

이 불확실하고 암담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까.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종국에 사랑을 연주한다. (10  Love On) 디스토션을 머금은 기타연주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하게 불안을 감싸 안으며 결국 우리가 기댈 곳은 사랑 뿐이라고 말하는듯 하다. 이 사회의 시스템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교체하고 뒤바꿀 수 없다면 우리는 그저 서로를 부둥켜 안고 그 온기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그것이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말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찬란한 햇살에 괜시리 달뜬 마음은 그만큼 추락하기도 쉽다. 그래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이번 앨범이 고맙기도 하다. 그들의 음악을 통해 다소 연착륙할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듯 하다. 파랗게 차오르는 새싹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떨어지는 낙엽을, 개나리와 진달래의 파스텔톤에서 눅눅한 갈색의 가을냄새를 잠시 꺼내어보자. 우리의 삶도 결국 이렇게 모든 것들이 뒤엉켜 흘러가지 않던가.

겁먹거나 불안해하거나 지나치게 진지해질 필요는 없다.
그들은 우리처럼 그냥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