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반복되는 멜로디, 반복되는 운율, 반복되는 슬픔. 키퍼(Kiefer) - Untitled.9

MTV와 함께 흥했던 Buggles의 Video Kill The Radio Star. 비주얼이 사운드를 잠식하는 사태에 대한 이 경고가 한때 사람들에게 설득력을 지니고 있던 때가 있었다. 실제로 채절[V]에서 흘러나오던 강렬한 뮤직비디오가 유년시절 추억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어느새 비디오와 오디오를 동시에 소비하는 멀티유저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인지도 모른다. 요즘 한창 절정인 걸그룹 인기도 매끈한 각선미 보여주기 없이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을까?

그런면에서 아트디렉터의 음악창작 활동이라는 이슈가 새삼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심지어 음악에서 뽑아내는 이미지의 형상화라는 기존의 작업방식이 아닌, 역으로 이미지에서 음악을 뽑아낸다 라는 그의 방식은 음악 자체에 대한 퀄리티에 대한 걱정마저 들 정도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당당한 앨범소개에 걸맞는 음악이 나왔을지 한번 감상해 보자.


 
  midst of nowhere i'm standing here
  i know this fever's in vain
  waiting for an answer night and day
  say that you'll answer i'll pray
  
  i thought it was a shelter, right over here
  but it's not i'm going insane
  tremble and humble, hide and tide
  think of what's never to be mine
  
  can't you see, this solid sea
  it's shine indeed, breathtaking scene
  imagine me, how i will be
  we both the answer, it's nine... 
  
  mist of nowhere i still can't hear
  i think i'm not clever, feel shame
  waiting for an answer, night and day
  say that you'll answer i'll pay
  
  i saw it was splintered and fade away
  that's reason i'm feeling this pain
  weirdo and shadow, loaded dice
  now i can't understand your mind
  
  can't you see? this solid sea
  delightful maze...its amazing days
  there's a lot to say but i can't phrase
  why don't you answer? is it "Nein"? 
  
  in the midst of nowhere i'm standing here
  i know that it's the fever again
  waiting for an answer night and day
  say that you'll answer, say
  
  i thought it was an shelter right over here
  yes i am going insane
  unspoken and broken untitled nine
  i want everything back on time
  
  say that you'll never, answer me never
  i'm asking as ever, cause i'm not that much clever
  it will be forever lasting oh...ever
  i'm falling like feather, i know that you'll never
  hold me forever

  


키퍼(Kiefer) - Untitled.9 (2010)


01  Sketch (Intro)
02  Untitled.9
03  Untitled.9 (Soulman ver.)
04  Untitled.9 (서승희 ver.)(한글)
05  Water (Piano)


아트디렉터가 만든 몽환적인 음악 키퍼(Kiefer)의 [Untitled.9]

2005년부터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하여, 패션 디자이너 최범석의 General idea 의류브랜드 웹사이트 및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TV CM, 버블시스터즈, 나윤선, Soulman&Minos, 브라운아이드소울, 영준, 김범수 등 여러 가수들의 음반 자켓과 웹사이트 및 영상을 제작해 온 아트디렉터 키퍼(Kiefer, 본명 원종현)가 상업 디자이너로는 이례적으로 음반을 발표 한다.

키퍼는 자신의 첫 앨범 [Untitled.9] 준비하면서, 기존에 가수들에게서 이미지를 이끌어내는 작업과 반대로 이미지에서 음악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작업 방식을 시도하였고, 음악과 이미지의 필연적 관계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 작사, 작곡, 노래를 비롯한 뮤직비디오 감독, 시나리오, CG작업, 프로모션을 위한 웹사이트, 자켓 디자인까지 모두 참여하다 보니, 꼬박 1년의 작업 기간이 걸렸다고 한다. 

[Untitled.9]

한 마디로 ‘공허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Untitled.9]은 어차피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들도, 느껴지는 감각들도 원하는 만큼 그리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람의 ‘감정’을 노래한 앨범이다. 더불어 사람의 감정은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고, 해답 또한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곡명도 앨범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Untitled.9 ’으로 정했으며, 이런 곡의 특징은 치밀한 구성과 영상미가 매우 돋보이는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좀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타이틀 곡 ‘Untitled.9’은 키퍼 자신 이외에도,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이미 국내 최고의 실력파 보컬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Soulman(강태우)의 소울 버전과 버블 시스터즈(Bubble Sisters)의 리더이자 제작자로 바비킴의 "고래의 꿈"을 어쿠스틱한 감성으로 풀어낸 서승희의 한글버전이 함께 실려 있다.

키퍼 특유의 초현실적인 비주얼과 공허하고 차분한 음악 감성을 담은 [Untitled.9] 앨범은 비슷하고, 빠르고, 화려한 음악에 지친 이들에게 차분한 여유를 제공해 줄 것이다.


[키퍼 (kiefer)]

- 1980. 서울 출생
- 1999. 휘문고 졸업
- 2003. 계원조형예술대학 멀티미디어과 졸업
- 2005. 작업실 Phantom Limb OPEN
- 2005.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1,2회 TV CM 제작
- 2006. 디자이너 최범석 General idea 공식 웹사이트 제작
- 2007. 가수 버블시스터즈 3집 및 싱글 앨범 아트디렉션 및 디자인
- 2007.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5집 공식 웹사이트 제작
- 2007. 가수 Soulman & Minos 공식 웹사이트 및 앨범 아트디렉션 및 디자인
- 2007. 가수 브라운아이드소울 2집 공식 웹사이트 제작
- 2008. 가수 김범수 6집 아트디렉션 및 디자인
- 2008. 가수 영준 of 브라운아이드소울 싱글 앨범 디자인
- 2010. Soulman 1st single Love is On 뮤직비디오 제작
- 2010. 디자이너 황영롱 Yellow lady bird 홍보 영상 제작
- 2010. KBS 자유인 이회영 드라마 타이틀 제작
- 2010. kiefer 1st single "Untitled.9" 음반 및 영상 제작
- 2010. 現 작업실 Phantom Limb 운영

[사이트]
공식사이트 URL : www.phantom-limb.net
네이버 블로그 URL : blog.naver.com/kieferd9

[수상]
2007. 13th webby awards "General idea" official honoree 선정
2007. 대한민국광고대상 "General idea" 동상수상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에서 뽑아냈다는 그의 음악이 빛을 발하는 것은 오히려 음악 자체이다. 몽환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은 그야말로 거들 뿐.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의 운율은 잊을만 하면 다시 찾아오는 지독한 그 감정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다시는 바보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드는 그 말초적 감정선. 그리고 또 다시 바보가 되고, 미련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는 상황의 반복. 그리고 반복되는 슬픔.

앞 뒤를 감싸고 있는 소품인 Sketch(Intro), Water (Piano)를 제외하고는 2-4번은 모두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다. Soulman과 서승희 버전도 일청해 볼 것을 추천. 보컬에 따라 달라지는 변주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승희의 한글가사 버전은 키퍼와 대척점에서 바라보는 여성의 시선처럼 느껴지기도...

겨울은 깊어가고, 한강은 얼어붙고 있다. 그대 마음의 온도 역시 하염없이 하강하고 있다면 이 싱글앨범이 좋은 동반자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