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6년 전 과거로의 여행. KINGS OF CONVENIENCE(킹스오브컨비니언스) Live @Olympic Hall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Kings of Convenience.

그들의 감미로운 선율과 고즈넉한 음성은 둘째 치고
사실 이들과의 조우는 저에게 꽤 색다른 감흥을 일으킵니다.
굉장한 경험을 여럿 안겨줬던 2004년 여행 중에 이미 이들을 한번 만났었기 때문이죠 ^^

Memory of [The Montreux Jazz Festival 2004]


저는 Suzanne Vega 공연을 보기 위해 티켓을 예매했었는데
이때가 Kings of Convenience가 첫 앨범 막 내고 라인업에 합류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접한 그들의 공연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기타와 피아노의 심플한 연주, 그리고 무엇보다 담박하고 수수한 음성.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일 수 있구나...하며 감탄했었죠.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덕에 공연장 맨 앞에서 모니터 스피커에 턱을 괴고 넋을 잃었던 저는
바로 그 자리에서 앨범을 구입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그렇게 6년이 흘렀씁니다.
패기만만하게 세상에 돌진하던 녀석은 어느새 현실에 찌든 직장인 3년차가 되었고
별 다른 멘트 없이 조용히 공연하던 신예 듀오는 이제 월드스타가 되어 한국땅까지 밟게 됩니다.

로잔 호수를 낀 산책로 한가운데 위치했던 마일즈데이비스홀.
그때 2004년 공연과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공연장 가는 길.

날씨가 너무 좋아서 택시 종일 창문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올림픽홀 도착.

공연 시작 10분 전.

블로콜리너마저 오프닝이 끝나고 잠시 무대 정비 중...

오디오 컨트롤 박스(?), 룸(?), 공간(?)

공연 시작.


#1.
오여 형, 그 사이 꽤 늙으셨더이다.
예전 그 푸릇푸릇하던 기운은 어디로 가셨소이까.
30대 중반의 포스가 좔좔...
하지만 그 특유의 장난기는 여전.

#2.
이젠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낼 포스가 되었다니...그야말로 격세지감.
6년 전 '음...쟤네들은 뭘까?'하던 관객들에게 조용히 선율을 선사하던 모습과 너무 다르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인기에 내한도 왔겠지만)
왜 내가 괜시리 무언가 마음 한 구석이 뿌듯하냔 말이오.

#3.
Mrs.Cold를 위시한 다른 노래들도 모두 좋기는 한데
역시 나에게 감흥을 주는건 Riot On An Empty Street 앨범 노래들이더이다.
Homesick, Misread, Cayman Islands 이 3단 콤보면 그저 난 만족이라오.
관중 호응, 본인들의 만족, 프로모션 니즈 같은 배려는 없소. 그저 내가 좋더이다.

공연이 끝나고...

꽤 좋은 아이디어였던 조명 포토존.

또 다른 포토존

이제 집에 가야 합니다.

또 언제쯤 올 생각이우? 앨범은 또 한동안 뜸하겠지?

그냥 가기 뭐해서 멀찌감치서 담배 한대 피우고

홀로 집으로 갑니다.

중간에 뒤쪽으로 사진 찍으러 오라고 하더니만 정말 나왔나 봅니다. 꺄악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괜시리 흐뭇하게 한번 웃어주고 지하철 역으로 발걸음을...



P.S.

그대들 덕에 집에 와서 오랫만에 통기타를 잡았소.
굳어 문드러진 손가락을 피는데 한참이 걸렸소.
이게 나이 때문인지, 현실의 서늘함 때문인지 모르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