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bgm] MGMT - Congratulations | 지난 24시간 작업기

모든 문제의 발단은 CMOS 설정 때문이었다.


[AM 10:00]

주문한 기가비트 지원 공유기가 택배로 도착했다.
아이피타임 제품은 고객지원실과 여러번 이야기를 해왔을 정도로 설치하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N104A도 좋은 기계임에는 분명한데, 24시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회선 유지에는 메모리가 부족했다.
그리고 기존에 서버역을 담당했던 넷북의 랜카드가 기가비트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서
팔아치우거나 동생 컴퓨터로 이전하려했던 콘로CPU를 활용하기로 했다.

팔아도 얼마 나오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지났지만, 성능으로 보자면 아직 할 일이 많은 녀석이다. 게다가 메모리는 4g. 
최근 출시되는 NAS가 클럭 1Ghz, 메모리 128M를 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 2.2Ghz는 서버로서 차고 넘치는 능력이다.

게다가 기존에 차곡차곡 챙겨두었지만 택배 보내기 귀찮다는 단순한 이유로 팔지 않고 두었던 HDD와 ODD도 있다.


결국 주섬주섬 부품을 모았고, 기존에 쓰던 컴퓨터 본체의 먼지를 탈탈 털어낸 다음
시대에 맞지 않는 IDE 연결을 통해 HDD, ODD를 연결했다.
하지만 역시 SATA로 넘어와버린 시대에 구매한 보드인지라 듀얼 IDE는 먹지 않았고
결국 ODD는 먼지 차단막 역할로 만족해야만 했다.

[PM 1:00]

ODD를 쓸 수 없으니, 광학저장매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다행히도 가방을 정리하다 언젠가 사은품으로 받았던 8G USB 메모리를 발견해서 챙겨둔게 생각났다.
가지고있는 OS용 CD, DVD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이었건만 결국 USB로 부팅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OS 선택이었다.
사운드가 조금 불안해도 보다 향상된 네트워크를 위해 Win7으로 구성할 것이냐
제대로된 사운드를 위해 약간 구식 네트워크 방식을 선택할 것이냐.

결국 Win7으로 가기로 했다.
불안정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Win7을 장착했던 이유는 IPv6를 통해 공유하는 네트워크 때문이었는데
무엇보다 XP 기반 기가비트 지원 드라이버를 제공하느냐를 알 수 없었던 무지 때문이었다.

USB 메모리를 부팅용으로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기존에 소개된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서도 빠르지만 불안정한게 있고, 느리지만 안정적인게 있다.
특히 각종 외산 프로그램들 중에서 선택해야 했는데, 중간에 결국 babylon이라는 최악의 악성코드를 깔게 된다.
이 코드를 제거하기 위해서 결국 레지스트리를 하나하나 찾아서 삭제하는 노가다를 병행해야 했다.


약 7개의 프로그램으로 부팅장치를 만들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부팅에 성공해도 몇가지 파일이 빠지면서 결국 설치에는 도달하지 못하는 지리하고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cmd를 통해 직접 명령어를 일일이 치면서 작업하는 방식으로 완료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진작 그냥 이렇게 할걸 그랬다. 귀찮아서 프로그램 쓰려다가...이런 쓰잘데기 없는 녀석들 같으니)


이때 방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기존에 묵혀두었던 PC속 먼지들과 흩어져있는 박스 더미와 부품들은 정신을 몽롱하게 했다.
손은 자꾸 시커멓게 변해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와서 다시 작업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방송은 송출되지 않고 있다. 매 시간 수십명씩 접속해 있는 방송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청소는 뒷전으로 미루고 바로 OS 설치로 돌입했다.

[PM 8:30]

Win7 설치를 마치고 드라이버를 잡아주는 과정에서도 역시 귀찮은 작업의 연속이었다.
이 모든 것은 ODD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 덕분이었다.
필요한 드라이버를 매칭해서 일일이 USB에 담고 연결해서 설치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사운드 장치를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온보드 장치를 사용해야 했는데 별별 드라이버 버전을 깔아도 사운드카드를 잡을 수 없었다.

이것은 Win7의 멍청한(이라 쓰고, 사운드 관련 권리를 구매하지 않은채 출시한 MS라 읽는다) 사운드 때문이다.
라고 예상한 나는 그냥 다시 XP로 선회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새로운 부팅 방법은 USB 메모리 뿐이었기에 다시 위 작업을 XP 버전으로 반복해야 했다.

그러면서 방송시간은 점점 다가왔다.
문득 오늘 생방송 조차 힘들겠다는 예감이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AM 00:30]

우여곡절 끝에 XP를 설치했으나 이번에도 문제는 사운드 장치였다.
이상했다. XP에서도 사운드 장치를 못잡는다는건 OS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NVIDIA HD사운드 드라이버 조차도 눈에 거슬려 계속 지우고 설치하기를 반복했다.

하드웨어 결함이 있는 것일까 싶어 본체를 다시 뜯었다.
P35-DS3 보드 메뉴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비교해 나갔다.

아무리 살펴봐도 문제가 없다. 이건 도대체 어떤 경우란 말인가.
기가바이트 명품 보드인  P35-DS3에 도대체 무슨 결함이 있는 것인가.
이번 새로운 PC를 들여올때 부품들을 옮기면서 너무 과도하게 힘을 준것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이때는 이미 새벽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AM 3:30]

기가바이트 홈페이지에서 고객센터 게시판 글들을 서치하는데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살짝 위안도 되면서 분명 해결책이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게시판의 방법들은 이미 모두 다 써본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번쩍.
문득 과거 나의 모습들을 반추해 보게 되었다.
동시에 현재 주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사운드카드 4개가 차례차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보드, Onkyo, DJmix, AudioFire4.

기존에 컴퓨터를 새로 들이면서 나는 온보드 사운드 장치를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나에게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사운드카드가 이미 있는데 드라이버를 잡아달라는 컴퓨터의 투정이 귀찮았다.
그래서 그냥...없애 버렸다.

온보드 사운드 장치는 CMOS에서 원천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다.
나는 즉시 CMOS에 접속했다.

역시. 그러했다.
지금까지 삽질 중에서도 최악의 삽질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CMOS에서 온보드 사운드 장치를 살리는 것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런것이 바로 업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설정은 5분 내에 마무리가 되었다.

[AM 4:00]

모든 문제의 발단은 CMOS 설정 때문이었다.
세팅을 마치고 담배를 물었다.




Congratulations

아티스트
MGMT
앨범명
Congratulations
발매
2010.04.13
배경음악다운받기듣기

[가사]
Dead in the water
It's not a paid vacation
The sons and daughters of city officials
Attend demonstrations
It's hardly a sink or swim
When all is well if the ticket sells

Out with a wimper
It's not a blaze of glory
You look down from your temple
As people endeavor to make it a story
And chisel a marble word
But all is lost if it's never heard

But I've got someone to make reports
That tell me how my money's spent
To book my stays and draw my blinds
So I can't see what's really there
And all I need's a great big congratulations

I'll keep your dreams
You pay attention for me
As strange as it seems
I'd rather dissolve than have you ignore me
The ground may be moving fast
But I tied my boots to a broken mast

The difference is clear
You throw it in your cauldron
Rust and veneer, dusk and dawn
Steinways and Baldwins
You start with a simple stock of all the waste
And salt to taste

But damn my luck and damn these friends
That keep on combing back their smiles
I save my grace with half-assed guilt
And lay down the quilt upon the lawn
Spread my arms and soak up congratulations



* P.S.

이후 방송 음질을 위한 코덱 설정 때문에 애를 먹었다.
기본 코덱은 물론이거니와 프라운호퍼, 레임, 크리스탈 등등을 적용해도
스트리밍에서는 자꾸 물먹은 소리가 나와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mp3 코덱으로 애를 먹는단 말인가...

결국 기존에는 여러 편의성 때문에 코리안캐스터 시리즈를 애용했으나
샤웃캐스트 최신 플러그인으로 해결했다.
부가 기능들은 플러그인을 덧붙여서 보완했다.

[AM 9:00]

모든 작업을 마치고, 안정화까지 확인한 다음 바로 대청소에 돌입했다.
시작한 김에 책상 뒤쪽까지 숨어있는 먼지들을 모두 척결(?)했다.

바닥 걸레질까지 싹싹 마치고난 다음, 찬물로 샤워를 했다.

[AM 10:00]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다.
내부 네트워크는 기가비트 속도로 씽씽 돌아가고 있고
사운드는 만족스러울만큼 잘 나가고 있으며, 버퍼링이 사라졌다는 제보도 들어온다.

뭐 삽질 중의 삽질을 병행했으나
사실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섭렵한 것이 꽤 있다.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해야 본전을 뽑게 되겠지.